바게트부터 생일초까지

50대 빵집 알바 일과

by 시니브로

빵집알바 중입니다.



아침이면 제가 해야 할 일들이 키 높이 판 위에 올려져 저를 기다립니다.

진열하고 포장해야 할 빵들이 줄지어 나옵니다.

식빵, 모닝빵, 팥빵, 완두빵, 버터크림빵, 커스터드 크림빵, 깜빠뉴까지—하나하나 정성껏 굽고 식힌 빵들입니다.


잠시 후엔 과자류, 그러니까 쿠키나 크래커들도 나옵니다.

작은 빵집이다 보니 다양한 종류를 많이 만들 수는 없지만, 그만큼 손이 더 가고 마음이 더 들어갑니다.


점심을 기준으로 일과를 나누어 놓습니다.

빵은 식은 뒤에 포장을 해야 하거든요.

덜 식은 빵을 비닐에 담으면 수증기가 맺혀 보기에도 좋지 않고, 맛에도 영향을 주니까요.

그래서 식혀야 할 빵들을 남겨 둔 채 점심을 먹습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쿠키류가 따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보통은 퇴근 시간까지 쿠키를 포장하느라 정신없이 바쁜데, 그날은 2시간 정도 여유가 생겼지요.


막상 시간이 비니 어딘가 일을 덜 한 것 같아 마음이 어색했습니다.

그렇다고 멍하니 있을 수도 없어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중간중간 손님이 오면, 빵을 소개하고 계산하며 봉투에 정성껏 담아드리는 일도 합니다.

그 일 또한 소중하고 즐겁습니다.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찾던 중, 전날 받아 둔 종이봉투 박스가 눈에 띄었습니다.

두 박스나 있었는데, 그대로 매장 한켠에 남아 있었던 겁니다.

작은 매장이라 따로 창고가 없기에, 계산대 앞 서랍이나 자투리 공간에 어떻게든 수납해야 합니다.


가방과 옷을 넣는 작은 공간이 있어 박스를 옮겨 놓고, 세로와 가로 방향을 바꿔가며 최대한 많이 들어가게 맞춰봅니다.

그러다 작년에 들었던 정리 수업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물건은 세워서 수납하라.”

그 말대로 한 박스를 터서 하나하나 세워 넣었습니다. 마음도 함께 정돈되는 듯했습니다.


이 작은 빵집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갑니다.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모두 다 해야 할 일이라 조용히 움직입니다.


쿠키 상자를 접어 바구니에 가득 담고, 생일 초를 채우며 누군가의 기쁨을 떠올립니다.

커피잔을 정리하면서는 누군가의 짧은 휴식을 응원합니다.

단순한 포장지 하나에도 내 마음을 담으며, 오늘도 나를 응원해 봅니다.


일상을 살기 좋은 오늘,

근로자의 날이라 휴식과 출근이 교차하는 날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오늘도, 조용히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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