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알바가 아닌, 배울 게 많은 베이커리 일
배울 게 많은 베이커리 알바
시작할 때부터 오전 시간에 단 며칠만 하고 싶었다. 초보가 이런 걸 따질 수는 없다. 주말 오후 알바자리였다. 가족들이 다 쉬는 일요일 4시에 나오려니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다. 그래도 어딘가를 나가니 룰루랄라 하며 좋기만 하다.
주부로 산 세월이 많아 다양한 연령대와 만남이 사실 없다. 같은 모임의 멤버들은 비슷한 연령대의 50대가 전부였다. 베이커리라고 하지만 어릴 때 기억이 남아 빵집이 더 정겹다. 빵집은 대부분 20대 대학생, 휴학생, 30대, 나 같은 40대가 모여 있다. 대학생이랑 언제 이야기해 보나 싶고 30대가 언니라고 부르면 송구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젊은 아이들과 얼굴을 마주치니 나까지 젊어지는 느낌. 좋다.
50이 되기 전 결정을 했다. 가진 자격증으로 커리어를 쌓을 건지, 알바로 소소하게 일상을 살아갈 건지. 주 5일, 6일 근무가 벅차다고 결론을 내렸다. 체력이 버틸나이가 아니라고 봤다. 일찍 했다면 해 볼만도 하겠지만 40대 후반 시작으로 커리어를 쌓기보다는 다른 곳에서 돈을 더 벌자. 추가로 알바를 하기로 결정했다. 어딘가 소속되어 나갈 곳이 있는 게 참 좋다. 집에서 시달리다가 출근길 아침 운전은 상쾌함을 준다.
주부로 오래 살았다는 건 무게감이 있다. 시댁, 친정, 원가정까지. 대부분 내가 일을 다 처리했다. 집에 있다고 한가한 게 아닌데 매번 불려 다녔다. 김장, 제사, 어른들 병원, 아이들 케어, 남편 심부름으로 종종거렸다. 단 며칠이라도 일을 하면 댈 핑계가 있어 좋다. 출근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연히 날이 겹쳐 못 갈 때는 그게 뭐라고 좋기도 했다. 여기나 저기나 가서 일하구나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주변에 호의적인 사람들만 보다 빵집에서 일하니 꼬락서니가 있는 사람도 봤다. 웬만하면 참는 편인 나에게까지 하는 사람들은 끝이 좀 그랬다. 두고두고 지금도 혼자 씩씩거리게 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게 이제는 글감이다. 인간관계가 확장된 기분이다. 좋은 쪽은 아니다. 저런 식으로 사람을 갈구는구나를 느끼며 자녀들의 힘듦에 대비할 누군가가 있어 그걸로 만족한다.
빵집에서 일하면 빵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다.
매일 보던 빵이라 어지간하면 예전처럼 눈에 하트 뽕뽕이 아니다. 내가 만든 건 아니지만 포장과 계산이 주 업무라 빵을 관찰하게 된다. 맛도 맛이지만 모양에 집착한다. 어느 곳에 가니 이건 발로 만들었나 하는 오만한 생각이 든다. 좋게 생각하면 그만큼 빵을 덜 먹게 된 빵순이. 이제 빵을 끊어야 할 갱년기라 조절이 된다. 비밀처럼 남들과 있을 때 안 먹고 혼자 갓 나온 빵을 먹는다.
눈이 높아진 빵순이. 서울 유명한 곳을 가도 음... 아는 맛 이러면서 패스를 한다.
빵에 대한 조절력이 생겨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