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의 그런 날에는

by 시니브로

한 달 정도 통기타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오프라인 기타 매장에 가서 갈색 유광 초보용 기타를 13만 원에 산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이름도 희미해진 YMCA 센터 기타 교실을 다녔거든요.

교재는 따로 없었습니다.

본인이 준비해 온 책으로 수업을 했어요.

기본을 다지는 책이라 C, G, F 코드가 설명되는 책이었습니다.

가수 양희은의 아침 이슬이란 노래가 나왔던 분홍, 진분홍이 그러데이션 된 표지였습니다.

한 달 정도 되니 느리고도 느리게 아침 이슬을 치며 감동했습니다.

내가 해 냈구나 하면서요.

악기의 시간은 깊이가 다릅니다.

얼마나 시간을 단단하게 밀도를 만들며 누르고 눌러야 하는지를 압니다.

그래서 한 달하고 그만두었어요.

밀도만큼 첫눈에 반해지지 않았습니다.

남이 치는 곡은 멋진데요. 시간의 효율을 따지며 하던 피아노를 다시 하자로 결론 맺었습니다.


제가 치고 싶었던 곡은 듀오 어떤 날의 "그런 날에는"입니다.


대학교 입학하고 들어간 동아리에서 본 짝사랑 오빠는 기타를 잘 쳤습니다

키는 170 후반 큰 키에 호리호리하며 안경을 썼습니다. 피부는 여드름 흉터가 있던 얼굴이었는데요.

대학생이 겨울에 진한 회색 헤링본 더블 롱 코트를 입다니 멋쟁이기도 했습니다.

주변에 실제로 롱코트 입는 남자를 처음 볼 정도로 1990년 흔하지 않았어요.

대학 가요제 본선 곡까지 만든 작곡 작사의 실력파였습니다.

목소리도 감미로웠는데요.

대학가요제는 다른 사람이 나가 불렀고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결로 보면 이상순, 오버하자면 김동률 스타일이라고 주장하고 싶네요.

음악을 계속해도 좋았을 텐데 미국 유학 간 뒤 소식을 모릅니다.


'그런 날에는' 시작이 기타 솔로로 시작됩니다.

기타를 친다면 짧은 첫 솔로 부분을 그렇게 치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열정이 없지만 노래를 좋아합니다.

어떤날 2집은 한국 명반 10위안에 들어갈 정도로 퀄리티가 좋았습니다.

다시 찾아보니 20위입니다.


11위 장필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1997)

12위 김현철 1집 (1989)

13위 이문세 4집 (1987)

14위 시인과 촌장 푸른 돛 (1986)

15위 사랑과 평화 한동안 뜸했었지 (1978)

16위 김현식 3집 (1986)

17위 한영애 바라본다 (1988)

18위 델리 스파이스 (1997)

19위 듀스 FORCE DEUX ( 1995)

20위 어떤날 2집 (1989)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공동체의 정신을 확장시킨 포크 듀오 어떤날의 섬세하고 정감 어린 작품집이라는 해설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그런 날에는입니다.

나중에 장례식장에 틀어 놓고 마지막 가고 싶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물론 1위는 유재하 1집이네요.

2위 들국화 1집인데 모두 소장하고 있어 기쁩니다.

한국대중음악 명반 100 참조하였습니다.


포트 기타 곡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이지만 치는 건 포기한 곡입니다.

그래도 뭔가 꼽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영광인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