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전의 나

by 시니브로

글쓰기 전은 2년 전이다. 2023년 10월 이전.

어릴 때는 숙제로 일기를 썼다.

성인이 되고도 작은 다이어리를 썼다.

아이를 낳으며 육아일지도 끄적였다.

3월 정도 쓰다 말았다.

모두 앞쪽만 빼곡하다 봄이 되며 띄엄띄엄 글이 보이다 여름이 넘어가면 하얀 종이 그대로였다.

남편과 싸우고 나서 속상한 마음을 수첩에 일기처럼 적기도 했다.

나중에 정리할 때 보일 때마다 버렸다.


정리해도 버리기 일쑤였다. 다이어리를 1년도 안 빼고 적는 베프가 있다. 성인이 된 아이의 유치원시절 다이어리까지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그림책을 만들었다. 그 시절 아이에게 건네는 두꺼운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걸 봤다. 기록이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 찍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 과거를 떠 올리려면 기억이 마구 엉켰다. 누구와 갔는지 제주도 여행도 생각이 안 났다. 같이 간 사람, 먹은 음식, 장소말이다. 안 중요해서라고 짐작했다. 그러다 생각해 냈다. 사진을 꼼꼼하게 찍어두자. 여행 가서 음식, 장소, 사람들을 찍었다. 평소에 아이들과 만나 먹는 돈가스, 카레 사진도 찍었다. 그나마 나았다.


글을 쓰고 난 뒤 크리스마스이브를 세 번째 보냈다.

지났던 이브의 이야기를 쓴 글을 읽었다. 나도 찾아봤다.

기억이 났다.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바이브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배달하는 운전하는 나.

빵과 케이크를 판매하며 바빴던 나.

여전히 출근해서 빵을 팔고 성탄 전야 미사를 간 올해의 나.


3년 내리 빵집에서 일을 했다.

미사를 간 올해의 다른 모습.

기록의 차원이 있어 좋다.

조금 성장하려는 목적을 가진 지금이 좋다.


쓰기 전에는 나의 날들은 소멸되었다.

지금은 쓰는 나로 한 발씩 발을 떼고 있다.

글이 삶을 되도록 나에게 말을 건넨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