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근 눈이 내린다
한강작가가 표현 한 성근 눈.
며칠째 눈이 내립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는
대설 주의보도 내리고
때마침 설 연휴가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성근 눈이 내리는 내내 창밖을 내다봅니다.
때론 눈발이 세지면
가는 길을 포기해야 하나 하고 한숨을 쉬다가
잠시 햇살이 비취면
그 사이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눈덩이가
투둑투둑 떨어지면
다시 갈 수 있을까 보따리를 삽니다.
마음으로 몇 번을 풀었다 접었다 한 귀향보따리.
언제부터인가 눈이 많이 오면 들어갈 수 없는
시골집이 되었습니다
시골 마을 전체에 우리 시어머니.
집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본가에서 벌집을 키우는
동네 아저씨 한 분.
주인은 동네 아저씨지만
매번 밥은 시어머님이 챙기는 누렁개 한 마리.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개체수가 늘어나는
고양이들이 그 마을을 지키고 있습니다.
농사일 놓은 지 오래고
담아래 감나무조차 늙어 감이 열리지 않는 무너지는 시골집에 혼자 계시는 시엄니.
오늘은 설날.
몇 해 전 돌아가신 시아버지의 차례상을 차립니다
차례상에
한 줄 과일
한 줄 전
한 줄 육류를 올리고
마지막 나름 정성을 다해 곱게 만든 고명을 얹은 떡국을 올립니다.
손녀가 술을 따르고 아들이 술을 올리고
나란히 절을 합니다.
생전에는 오붓했는데 지금은 조촐해졌습니다.
할아버지의 생전 온유함이 떠 올라
기어이 음복핑계로 막걸리를 한잔 마십니다.
차례상을 접고 보니 폭설이 오든지
성근 눈이 오든지 시어머니 뵈러 가야겠습니다.
눈이 빠지게 기다릴 겁니다.
눈이 오니 오지 마라 오지 마라 손사래 치시지만
마음은 새벽부터 동구밖에서 기다리는 걸 압니다.
차례상음식을 다시 담습니다
시어머니는 그 음식으로 잘 차렸다 못 차렸다 눈으로 가름하시지만 말씀은 이리 하실 겁니다
"너거 아버지가 살아생전에
제사상은 받고 싶다 했제.
좋아하는 며느리가 차린 상
좋아하시며 먹고 가셨겠네~
고생했다 애미야"
아버님께 못 들은 칭찬을 어머님께 들으러
성근 눈을 헤치고 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