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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인간 Jul 04. 2023

갱신

나무인간 33

2022년 10월 25일


개명하고 밖에 나갈 일이 없었다. 여권을 뒤편에 두고 살았다. 재발급 받으려면 구권을 챙겨가는 게 편하다고 해서 집을 뒤졌다. 이사 후 제대로 정리하지 못 한 서류더미 틈에 여권이 얌전히 있을 리 만무했다. 양천구청에 갔다. 월요일 구청은 여권 관련 업무가 가장 붐볐다. 월요일 신청하면 목요일 수령이 가능했다. 구권은 값싼 대신 발급이 오래 걸리고 신권은 비싼 대신 4일이 걸렸다. 개명과 분실 사유로 서류 몇 장을 작성하고 5만원에 적은 매수 여권을 신청했다. 3천원 차이지만 경험상 매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분실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홀가분한 여권을 원했다.

 와중에  가지 새로 알게 됐다. 일단 여권사진은  셔츠를 입으면 안된다.  배경과 분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 급히 구청  사진관을 찾은 나는 다행히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있었다. 사진사는 능숙하게 포토샵으로  얼굴을 만졌다. 기다린 시간까지 5분이   걸렸다. 그리고 지난 목요일, 여권 수령하려 다시 구청을 찾았다. 창구는 지난 월요일보다 한가했다.  순서가 되어 창구  의자에 앉았다. 신원내용을 확인하다가 잠시 의아했다. 새로 바뀐 한글 이름의 로마체 표기에 맞게 성을 KANG에서 GANG 기재했는데, 여권에는 다시 KANG 표기되어 있었다. 나는 이유를 바로 물어보지 못하고 뚱하게 자리를 나섰다. 마을버스를 타자마자 이유를 검색했다. 이내 "!" 하고 외마디가 새어 나왔다. 바뀐 로마체 GANG 해외 입국심사에서 범죄조직원 갱으로 읽히기 때문이었다. 강씨가 갱단으로 보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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