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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인간 Jul 04. 2023

전시 기획자를 찾습니다

나무인간 30

2022년 10월 4일


오늘 기획자가 필요하단 말을 들었다. 제대로 된 기획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한 사람은 경남 양산에서 큰 갤러리를, 다른 한 사람은 구 관훈갤러리 관장이던 분이었다. 그분에게 퇴근 후 얼결에 피자와 맥주를 얻어먹었다. 맥주와 피자 장사하는 게 창피한 데 재산세를 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당신의 아들께서 지금의 관훈을, 딸은 용두동에 아트스페이스를 운영한다고. 당신께선 지금 이 카페를 유지할 생각이고 아트월을 세워 갤러리카페처럼 운영하거나 혹 기획이 좋으면 관훈 본관에서 전시를 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관훈의 역사를 떠올려보면 본관에서 전시기획은 솔깃한 제안이지만, 시기가 정확하지 않고 예산도 불분명해 안정적인 근무여건을 바라는 나에겐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경남 양산 통도사 근처에 스페이스 나무라는 곳이 있다. 검색해 보니 이곳은 거대하다. 대신 거리만큼 현대미술과 동떨어진 곳이고 초대전이나 기획전도 다소 지역색이 강하게 묻어난다. 관장은 아트페어에 나갈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작품성과 내용 그리고 상업적 수완까지 이루려면 현실적으로 얼마나 곤란한지 잘 모르는 분위기다. 기획자로서 관훈은 매력적이지만 불투명하고 양산의 갤러리는 너무 멀다. 대신 건강에 해롭진 않을 듯한 데, 안정적인 근무 여건과 전시기획자의 삶은 영원히 맞닿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유튜브로 튀르키예 관련 영상을 많이 봐서 그런지 어디든 떠나고 싶다. 급여가 낮아도 공기 좋은 곳에서 일하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진짜 기획을 할 수만 있다면, 여하튼 튀르키예는 못 가도 서울은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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