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인간 34
2022년 11월 1일
도시는 조용하다. 믿을 수 없는 사건 이후 다들 정숙하게 겨울을 기다린다. 지하철을 타도 들뜬 사람 구경하기 힘들다. 일이 있어 충무로 근처 갤러리를 찾았다. 돌아오는 길 중구청 앞을 지나쳤다. 하얀 목장갑을 낀 검은 정장 차림의 공무원 두 명이 늦은 시간까지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흰 국화더미가 거대해 보인다. 침묵 속 모두가 트라우마를 겪는 듯하다. 이토록 조용한 11월이 있을까. 인간은 긴 어둠을 준비할 때 언제나 요란하지만 이번은 아니다. 우리가 인간다울 수 있는 까닭은 오직 공감각뿐이라는 사실 앞에 겸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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