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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인간 Jul 05. 2023

춘천 가는 기차

나무인간 35

2022년 11월 13일


일요일은 비가 내린다. 예정대로면 나는 친구의 늦은 첫 개인전을 축하하기 위해 이른 오전 춘천행 열차를 탄다. 나는 막상 채비를 망설인다. 집 밖을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우울증 때문이다.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용기가 필요하다. 통화를 마친 나는 서둘러 몸을 씻는다. 가고 싶다. 그 친구는 1년에 한 번 꼭 봐야 한다. 작년 이맘때와 다른 목적으로 가는 춘천, 랩톱 없는 등가방이 낯설다. 돌아올 차편이 매진이라 걱정이다. 어떻게 되겠지. 나는 춘천에 간다. 친구는 남춘천역에서 나를 기다린다. 차를 타고 역에서 멀지 않은 거리의 전시장에 도착한다. 공간은 작은 한옥을 개조해 고즈넉하다. 그의 작품과 어울린다. 우리는 작업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나는 그에게 전보다 단정해졌다고 말한다. 그도 일부 수긍한다. 두 시간 남짓 그의 공간과 작품을 맴돈다. 그는 좋아 보인다. 세 시에 도착한 나는 다섯 시 열차로 돌아온다. 우리는 혀를 심장 속으로 삼키고 각자 삶으로 떠난다. 오는 길 문득 텅 빈 내 등에 친구만큼의 짐이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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