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인간 Jul 03. 2023

불안장애

나무인간 26

2022년 6월 28일


술을 끊으면 폭식하는 버릇이 있다. 입맛이 돌아온다. 한식을 즐기지 않지만 그럴 땐 가끔 김치찜이나 두루치기 같은 걸 요리한다. 김치요린 여름에 땀 흘리며 먹는 묘미가 있다. 어제는 오래간만에 소고기카레와 돼지김치찌개를 했다. 혼자일 때는 뭐든 끓여서 냉장고에 두고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편하다. 갈수록 탕이나 국물요리를 안 먹게 된다. 건강상의 이유도 있고 라면을 끊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나는 손 타는 사람이 아닌데 가끔 누가 건강식으로 아침을 해주면 참 좋아한다. 꼭 아침밥이 아니라도 일어나 정성 있는 첫 끼를 받아본지 꽤 돼서 그런 것 같다. 지금 이것은 폭식을 하고 약간의 죄책감 때문에 쓰는 글이다. 요즘 이래저래 마음이 뒤숭숭해서 글도 못 쓰고 그림도 못 그린다. 전반기 때 기대했던 전시기획이 다 탈락해서 그런 것 같다. 추정컨대 역시 무거운 주제여서 그랬을까. 고독사, 고립사 같은 주제를 연구 리서치하는 전시내용은 지나치게 사회학적 요소가 강해 미학적 접근으로는 적당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미 방송사마다 기획 다큐멘터리로 다룬 바가 있고 내가 접근하려는 방식도 그 사건을 마주하는 다양한 직업군의 거리 두기를 측정하는- 그다지 현상학적 수준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어찌 됐든 어느 곳에서도 반기지 않는 모양새다.  


다시 우울감이 심해진 건지 아니면 장마 탓인지 가만히 침대에 누워 있는 게 가장 마음 편하다. 무얼 하려고 들 때마다 느껴지는 초조함과 불안은 나를 어떤 일도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다. 내일은 약속된 캐치볼 모임이 있는데 장마가 부디 오후엔 소강상태이길 바란다. 일주일에 딱 한 번인데 못 하면 내심 섭섭하다. 그나저나 불안해서 의자에 앉아있기가 힘들다. 낙관적인 사고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술을 안 마셔도 이러니 참 답답하다.


작가의 이전글 세로토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