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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인간 Jul 01. 2023

수사(修士)

나무인간 21

2021년 10월 18일


수사(修士)는 숲 속에 앉아 차분히 흐느꼈다. 눈물이 마를 때쯤 그는 빌라와 아파트에 둘러 쌓인 하늘을 올려봤다. 거기엔 좁고 흐린 울음소리가 있었다. 까치 두 마리가 숲머리에 올랐다.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 그것들을 관찰했다. 우뚝 솟은 곳에 먼저 자리 잡은 새는 움직임이 없었다. 대신 바람을 탔다. 바로 옆 조금 낮은 나무에선 다른 한 마리가 앉았다 날길 반복했다. 움직이는 새는 움직이지 않는 새를 맴돌며 꽤 울었다. 이윽고 울던 새 혼자 숲을 떠났다. 날이 어두워졌다. 숲은 자취를 감췄고 미동조차 없던 까치는 그대로 검정 무구(巫具)(솟대)가 되었다. 그리고 숲에서 수사가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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