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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인간 Jul 01. 2023

불안의 글

나무인간 22

2022년 3월 29일


사람들이 나에 관해서 이야기할 것이, 나는 늘 두렵다. 모든 면에서 나는 실패한 자이다. 아무것도 될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런 생각을 할 용기도 없었다. 꿈속에서조차 그러고 싶지 않았다. 꿈속에서조차 순수한 몽상가의 예지적인 시선으로, 내가 삶의 무능력자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머리를 파묻고 있는 이 베개에서 나를 들어 올릴 만한 감정은 없다. 나는 육체를 마음대로 다룰 수 없으며, 내가 살아 있다는 생각조차도 자유롭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삶이 무엇인가, 오직 그것을 상상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

 나는 현실의 언어를 말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병상에서만 보내다가 처음으로 침대 밖으로 나온 병자처럼 나는 삶의 사물들 사이를 비틀거리며 돌아다닌다. 단지 침대에 누워 있을 때만 나는 삶을 자연스럽게 인식한다. 그렇게 한없이 가라앉은 상태에서는 어떤 열병도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그래서 내 마음은 기쁘다. 나는 바람 속의 불꽃처럼 떤다. 나는 환각에 빠진 듯하다. 오직 폐쇄된 공간의 죽은 공기 속에서만 나는 내 삶의 자연스러움을 호흡할 수 있다.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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