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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인간 Jul 02. 2023

안녕히 계세요

나무인간 23


2022년 4월 27일


 잘 지내시나요? 오늘도 당신은 인사가 없습니다. 저는 이번 안부를 끝으로 당신을 궁금해하지 않을 요량입니다. 저는 제법 괜찮습니다. 당신이 궁금해하지 않을 제 하루는 셀 수 없는 생각을 세다가 잠들고, 일어나면 가볍게 씻고, 허기지지 않아도 끼니를 거르지 않습니다. 언제 음식을 삼키는 게 이토록 인간에게 고된 노동이었을까요? 저는 이따금 배고픔만 느낄 뿐, 맛이 무언지 잊어갑니다. 우리는 애당초 이리될 심산이었을까요? 그래서 점점 이토록 괴로운지 당신에게 괜히 따지고 싶습니다. 돌아오지 못할 제 메아리를 듣고도 먼 산처럼 뻔히 서 있던 당신은 저보다 큰 사람이었을까요? 그날 이후 날마다 제 어리석음을 원망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처음 며칠은 후회로 침대 밖을 떠나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니 친절하고 암묵적인 당신의 거절은 오히려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잘했습니다. 단지 제가 이런 모습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다 괜찮습니다. 이제 저는 늘 그랬듯 서투른 고백이 부끄러워 도망갑니다. 당신은 잠시 저라는 부조리한 사람도 누군갈 품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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