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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인간 Jun 30. 2023

도시괴담

나무인간 14

2021년 7월 15일


우리 동네는 아파트와 빌라가 엉켜있다. 지난겨울부터일 거다. 어디선가 흉측한 피리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추측컨대 대각선 방향의 빌라 3, 4층에서 나는 소리였다. 아쉽게도 창밖으로 인기척을 확인할 순 없었다. 초등학교 2년을 허망하게 리코터부에서 보낸 나는 바로 알아챘다. ‘저건 합주용이 아닌 그냥 리코더다.’ 처음엔 학생이 급하게 기말 실기시험 준비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8개월이 지났다. 오늘 밤 리코더 소리가 좀 전까지 들리다 멈췄다. 밤 9시 50분. 보통 초등학생들이 엄마에게 혼나며 성장을 위해 꾸역꾸역 잠드는 시간이다. 8개월이다. 늘지 않는 실력에도 굴하지 않고 연습에 매진하는 아이의 심성이 무서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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