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인간 41
2023년 5월 30일
우울증이 심해졌다. 부작용이 예전보다 익숙하지 않다. 나는 며칠 전 아주 짧게, 가까운 곳을 여행했다. 떠나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18년 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와 재회했다. 반가웠지만 동시에 외로웠다. 친구는 말이 많았다. 그의 말이 길어진 시간 동안 나의 시간은 누군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이었을까. 나는 씁쓸했다. 돌아온 뒤 혼자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잠도 오지 않고 잠드는 게 싫다. 그렇다고 무얼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강한 생의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냥 눈을 뜨고 눈을 감고 적당히 먹고 침대에 얌전히 누워 무엇도 생각하려 들지 않는다. 조용하다. 모든 게 조용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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