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인간 Jun 30. 2023

괜찮은 자질

나무인간 12

2021년 3월 27일


 추측컨대 그에게도 괜찮은 자질이 있었을 것이다. 재능까진 아니어도, 그랬을 것이다. 기어코 토해낸 그의 텍스트는 적나라했다. 나는 그 리얼리티에 살갗이 강렬히 타들어간 기분이었다. 이런 접촉사고가 생기리라는 걸 최초의 집필 시기 아니 그 이전부터 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기념비적인 첫 비행이자 마지막비행일지 모를 그의 피와 살은 상상력보다 압도적이다. 문체보다 강렬한 현실성은 문학이 아니기에 더 근사하다. 종종 다큐가 예술영화보다 아름다운 까닭은 언제나 실재와 실제를 존중하는 점잖은 상상력 때문이다. 작가주의에 고립된 저자들이 주장하는 해방에서 전혀 느낄 수 없는 생경한 비극이 거기에 있다.

작가의 이전글 음악 싫어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