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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자질

나무인간 12

by 나무인간

2021년 3월 27일


추측컨대 그에게도 괜찮은 자질이 있었을 것이다. 재능까진 아니어도, 그랬을 것이다. 기어코 토해낸 그의 텍스트는 적나라했다. 나는 그 리얼리티에 살갗이 강렬히 타들어간 기분이었다. 이런 접촉사고가 생기리라는 걸 최초의 집필 시기 아니 그 이전부터 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기념비적인 첫 비행이자 마지막비행일지 모를 그의 피와 살은 상상력보다 압도적이다. 문체보다 강렬한 현실성은 문학이 아니기에 더 근사하다. 종종 다큐가 예술영화보다 아름다운 까닭은 언제나 실재와 실제를 존중하는 점잖은 상상력 때문이다. 작가주의에 고립된 저자들이 주장하는 해방에서 전혀 느낄 수 없는 생경한 비극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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