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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인간 Jun 29. 2023

민트색 가죽소파

나무인간 7

2020년 11월 10일



민트색 인조가죽 소파에 앉아 쌀쌀한 생각을 되풀이한다. 작년 이맘때 나는 누구도 먼저 연락하지 못함을 읊조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빈집에 앉아-만 있다. 물들어 가는 공기를 마주할 용기가 없어, 나는 가만히 마음을 감고 그 안에 숨은 온도가 된다. 세상 노화가들이 자기 닮은 풍경화를 정성껏 그릴 동안, 나는 가족이 떠난 그림 속 빈집을 겨자색으로 덧칠한다. 그리고 조심스레 들어찬 누런 이유로 창밖 형용사들을 바라본다. 이윽고 낯설지 않은 섭씨의 마른 문장들이 내 눈에 쌓이고, 풍경은 나를 고스란히 옆에 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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