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인간 Jul 20. 2023

보통의 예술가 2

나무인간 48

본 텍스트는 2018. 10, 27 - 12, 13 사이 진행된 손지훈 개인전 `보통의 미술가`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프로그램 2018, 쇼앤텔(대안공간, 양평동 소재)에 전시된 비평문입니다.



 공포와 두려움을 감시하는 인간


 아버지도 당신께서 맡기신 일들에 제가 썩 내켜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계십니다. 못내 따른 일이니 즐거울 수도 없을뿐더러 몸에 탈이 나는 것도 당연합니다. 예술과 함께 하고자 버틴 결과로 얻은 병까지 누굴 원망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만, 덕분에 모양새는 정말 끔찍해졌습니다. 허리디스크와 목 담 증세로 시달리면서도 몸이 부서지기 직전까지 일에 몰아붙이는- 제 자신이 마치 그레고르(변신, 카프카)라도 된 듯합니다. 나무형이 런던에 있을 때부터 줄곧 저를 유리-몸이라고 놀리더니, 이젠 부정할 수 없게 돼버렸습니다. 그레고르는 흉측한 해충이 돼지만, ‘아, 제 몸이 유리몸뚱이라니!’ 어쩌면 그 몸은 보기에 아름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회사일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저는 다만 제 아름다울 주말만을 생각하기로 합니다. 하니 얼마든지 저 빌어먹을 정도로 가학적인 근무환경도 견딜 수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 지독한 엄살의 이유는 이깟 어울리지 않는 일- 누군가의 권력과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굴종의 핑계로 원하는 걸 마음껏 집중할 여력마저 빼앗긴다는 투정이 아니라, 어쩌면 지금의 모습 탓에 유일한 안식이던 저 놀이터로부터 영영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 공포가 퍽 싫습니다. ‘미술을 할 수 없다니요.’ 그러니 두려워 견딜 수 없는 것도 참아내기에 익숙해져야만 합니다. 그렇게 꾸역꾸역 체한 마냥 사무실의 날들을 삼켜내 예쁜 주말을 얻는 저는- 그제야 그 공간의 주인이자 자유로운 미술가가 되는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보통의 예술가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