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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는,

by 화은

처음엔 누구나 달콤하다. 갓 열린 꽃처럼 싱그럽고, 햇살처럼 따뜻하다. 서로 조심스럽게 말하고, 배려하며 다가간다.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마치 오래된 나무처럼 단단한 관계가 될 거라 믿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꽃잎은 시들고, 햇살은 때때로 너무 뜨겁다.


가까워질수록 말들이 가벼워지고, 처음엔 소중하게 여겼던 비밀들이 어느새 다른 사람의 입을 타고 흘러간다. 작고 가벼운 농담조차도 어느 순간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믿었던 사람에게 등을 돌릴 때, 비로소 깨닫는다. 내가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깊어졌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친구'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것을 내어준다. 하지만 결국 사람은 변하고, 관계도 흐려지기 마련이다. 물이 넘치면 둑이 무너지듯,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결국 금이 가는 법이다. 친구를 믿기보다,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덜 상처받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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