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와의 조우를 꿈꾸며
신생아는 몸의 75퍼센트, 성인은 약 60퍼센트가 물이라고 한다. 내 몸의 반 이상이 물이라니, 사람은 누구나 물에 가깝다는 말이다. 물은 물과 섞이어 한데 흐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몸으로는 각성하지 못하였으므로, 물이 나를 밀어내고 겉도는 때가 많다.
수영을 다시 시작한 지 두 달이 되었다. 도무지 감을 못 잡겠던 평영도 한 달을 연습하니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 못 할 것 같은 일도 하루 2시간씩 한 달을 붙잡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니 터득하는 바가 있다. 접영도 그만두지 않는다면 그런 날이 오겠지 믿어본다. 접영킥을 연습한 지 2주가 지났다. 돌핀킥이라고도 하는 접영킥을 배우면서 물속 출발이 더 재미있어졌다. 접영킥은 두 다리를 모아 엄지발가락이 서로 닿을 듯 마주 보게 하여 무릎의 각도를 살짝만 굽혀 물 아래로 밀듯 차주는 발차기다.
돌고래가 꼬리지느러미를 아래로 차며 헤엄치는 딱 그 모습이다. 돌고래는 꼬리만 위아래로 흔들지 않는다. 몸의 중심 부분, 사람으로 치자면, 허리를 유연하게 움직이며 꼬리지느러미를 위아래로 흔든다. 접영킥을 위해서는 돌고래처럼 허리를 유연하게 움직이는 게 필요하다. 돌고래가 물살을 가르며 물 위로 착 튀어 오르는 모습은 누구나 감탄해 마지않는 볼거리다. 나 역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2번이나 돌고래를 찾아 헤매는 투어를 한 경험이 있다. 한 번은 필리핀에서, 한 번은 미국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제주에도 돌고래가 살고 있다. 최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에 대한 다큐를 일부 보았다. 어부의 그물에 포획된 제돌이가 공연을 하는 돌고래로 살다 2013년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지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도태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딛고 등지느러미에 1번이라는 숫자가 적힌 제돌이는 다른 남방큰돌고래 무리와 섞여 어울리며 달리고 있었다. 돌고래는 하루 50킬로를 달린다고 한다. 포유류이기에 물 위로 올라와 폐로 호흡을 해야 하기 때문에 꼬리지느러미로 물을 아래로 차며 물 위로 튀어 오른다. 접영에서 출수킥 타이밍에 물 위로 튀어 나와 두 팔을 나비처럼 펼치며 숨을 쉬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재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는 중이지만... 그건 그렇고, 돌고래는 잘 때도 한쪽 눈은 뜨고서 숨을 쉬기 위해 헤엄을 쳐야 한다.
다큐 속 물질을 하는 해녀들 주위로 몰려든 남방큰돌고래들이 해녀처럼 2~3분에 한 번씩 물 위로 올라와 숨을 쉬며 숨비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버킷리스트가 하나 더 생겼다. 언젠가 바닷속에서 남방큰돌고래와 조우할 수 있기를. 이런 소원은 단순히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안다. 특별한 운이 함께여야 가능할 것이다. 돌고래들과 함께 돌핀킥을 차며 바다 위로 올라와 숨 쉬고 다시 돌고래의 무리와 함께 헤엄치는 얼토당토않은 재밌는 상상을 해본다. 또 모르지 않은가. 접영을 미친 듯이 잘하게 되면 그런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도.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현실이 되려면 불가능할 것 같은 노력이 먼저 현실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언젠가 제주에서 조우할 남방큰돌고래들과의 접영을 위해 나는 오늘도 물이 되어 물과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