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지느러미를 달다

신세계

by 조은영 GoodSpirit

꼬리지느러미를 달았다. 일명 오리발을 양 발에 하나씩 끼고 발차기를 하는데 물살을 쫙쫙 가르며 몸이 쭉쭉 나아가는 게 느껴질 정도다. 실로 위대한 발명품이다. 내가 홀로 도달할 수 없는 속도를 만들어낸다. 지난주 금요일 강습에 처음 숏핀을 착용하고 자유영과 접영 발차기를 시도해 본 소감이다.

오리발은 길이에 따라 보통 숏핀, 중핀(미들핀), 롱핀으로 구분해서 부른다. 무얼 구매하면 좋은지 수영선배 규진언니에게 물었다. 언니는 지금은 허리 통증으로 수영을 쉬고 있지만 수영과 수영용품에 진심이었으므로 그 방면으로는 모르는 게 없다. 언니는 우선 자신의 숏핀을 써보라며 빌려주었다. 처음에는 숏핀이 편할 거라고 했다. 발 사이즈가 같아서 잘 맞았다.

핀(fin)은 오리발일까, 지느러미일까. 사실 오리발이라는 표현은 나에게 영 어색하다. 일단 지상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서 있으면 딱 오리발처럼 보이기는 하나, 내 생각에는 'fin'을 직역한 '지느러미'가 기능면에서 맞는 표현일 거 같다. 오리발은 몸을 수면 위로 띄운 상태에서 발차기만 하는 역할이지만 지느러미는 물속에서 온몸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내가 추구하는 영법은 오리가 아니라 돌고래이므로 나는 오리발이 아닌 꼬리지느러미를 달았다고 얘기하고 싶다. 핀은 특히 돌핀킥을 할 때 더욱 유연하게 어울린다. 핀을 착용하면 꼬리지느러미가 생기고 그렇다면 내 다리는 꼬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적응단계이다. 핀을 착용하면 속도가 빨라져서 코어가 흔들려 방향이 틀어진다. 중심을 잡아주는 힘을 같이 길러야 한다. 생각해 보면 속도를 높여주는 대부분의 장비들이 그렇지 않을까. 인간이 홀로 만들어내는 속도는 스스로 통제가 가능하나 장비의 힘을 빌리게 되면 속도가 통제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쉬운 예를 들자면, 빙상 스케이트나 자전거가 그렇다. 중심을 잡는 것도 힘들 거니와 속도를 냈을 때 방향을 틀거나 멈추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래서 수없는 시행착오를 통해서 브레이크와 핸들을 시기적절하게 다루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에 비하면 브레이크나 핸들이 없는 핀은 사용법이 아주 단순하다. 이미 물에서 내 몸을 제어할 수 있는 영법을 터득한 상태이므로 지느러미와 친해지는 건 시간문제이다. 처음 수영을 배울 때처럼 고된 노동 같은 시간의 문제라기보다는 놀이와 같은 시간 말이다. 두달 반의 강도 높은 강습기간을 거치면서 이르른 일종의 깨우침이다.

이제부터는 강습일 외에는 놀러 오는 기분으로 수영장을 찾는다. 놀이 친구는 넷째 딸이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넷째는 성인반 강습을 같이 받기에는 무리라서 물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소도시 정읍에는 수영장이 3개가 있고 그중 내가 이용하는 집 근처 수영장에는 이용객이 그리 많지 않기에 가능하다.

지난 토요일에 넷째와 처음 수영장에 갔다가 13일 오후에 2번째로 갔다. 첫날 아이는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하다가 레인 끝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무서워하더니 둘째 날에는 킥판을 놓고서 까치발을 하면 고개를 겨우 꺼낼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물과 금세 친해졌다. 아이가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하고 가면 항상 내가 뒤따라 가서 레인 끝에서 방향을 트는 것을 도와줬더니 둘째 날은 2시간 중 후반부 1시간에는 혼자서 한다. 레인 끝까지 킥판 잡고 발차기를 하니 쭉쭉 잘 나간다. 누워서 몸을 띄우는 것을 도와주고 배영 발차기를 알려주니 그것도 잘 해낸다.


수영을 다시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아이에게 수영을 지도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배움이란 참 신기하다. 일단 배워놓으면 좋은 쓰임이 생긴다. 길게 가려면 즐겨야 하니 이제부터는 잘 놀면서 잘 배워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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