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詩作
파란 접시에
파란 하늘을 담았더니
파란 바다가 되었다
파란 바다에
흰 파도가 일렁이고
흰 갈매기가 춤을 춘다
흰 갈매기는
바다가 두렵지 않았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바다가 두려웠다
바다에 몸을 담그면
저 깊은 곳과 연결된 손바닥이
내 발목을 움켜잡고
끌어내릴 것만 같아 두려웠다
정말 그럴 일이 없단 걸 알면서도
두 눈 또록 뜨고 있으면
못 할 테지
노려보고 있으면
저 깊은 곳과 연결된 혓바닥에
내 몸이 감겨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아
두려웠다
하지만 너는 달랐다
너는 바다 앞에서 두려움도 없고
무기력하지도 않았다
흰 갈매기처럼 두려움 없이
바다와 춤을 추었던 너는
끝내 바다의 혓바닥에 감겨
사라졌다
돌아오라! 나에게 오라!
외쳤지만 너는 대답이 없었다
바다가 너를 다시 토해냈을 때
너는 바다에게 넋을 잃고 말았다
너는 매번 바다에 넋을 잃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나는 그렇게 너를
완전히 빼앗겼다
그래도 너는
다른 어느 곳이 아닌
네가 사랑했던 그 바다에서
마지막 춤을 추었으므로
나는 오늘을
견디어낼 것이다
제주 곽지해수욕장. 24. 10.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