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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영 Good Spirit 10시간전

4인실, 4개의 1인실

일상 一想

 아들이 마이코 풀라스마 폐렴으로 1주일간 4인실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4명의 들이 입원한 것 치고 병실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이 흐를 정도였지요. 코비드 19 이전의 다인실 풍경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러니까 5~6년 전만 해도 다인실의 낮풍경은 병실마다 TV가 켜져 있거나, 같은 실 환자의 보호자병문안객들을 자주 볼 수 있었어요. 병실문과 더불어 가림막 커튼은 항상 열려 있었고 옷을 갈아입는 사적 공간이 필요할 때만 잠깐씩 커튼을 치고는 있었지요. 의료진, 보호자, 방문객, 환자들이 들락날락하는 다인실은 적막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아들이 입원한 1주일간 하루 1번 잠깐씩 방문할 때마다, 아들 말고는 그 누구와도 얼굴을 마주칠 일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달라진 병실의 풍경은 코비드 19를 겪으면서 만들어진 셈입니다.  그 당시 모든 환자의 보호자와 방문객의 출입이 통제되었고 위중한 환자의 경우도 보호자가 상주하지 못했습니다. 3년여의 시간을 그렇게 보내자, 이제 거동이 가능하면 보호자가 같이 있는 것이 오히려 껄끄럽고 서로 불편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강제로 달라진 풍경에 이제 모두 익숙해졌습니다. 이제는 하나의 TV로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이들이 무료함을 달래거나 종일 노출되는 원치 않는 소음에 점차로 무뎌질 필요도 없어진 것이지요.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하루종일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렵지 않은 현실이 되었으니까요. 코로나가 가져다준 고립으로 인해 개인의 삶은 더욱 빨리 개인적으로 고착화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항상 문이 열려있는 다인실 병원의 4인실에서도 4개의 1인실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종일 닫혀 있는 가림막 커튼처럼 우리의 마음도 닫아버린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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