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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영 GoodSpirit Nov 24. 2024

얼룩 꽃

일상 一想

 연하늘색 리넨 외투를 꺼냈다. 봄에 두어 번 입었다가  여름을 무심코 걸어두었던  외투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추운 겨울의 문턱을 넘은 절기. 입을 일이 없어 세탁해서 넣어두려고 꺼내 봤더니 새끼손톱만 한 얼룩이 하나 보인다.


가슴에 얼룩 하나


 오래된 얼룩은 쉽게 빠지지 않는다. 세탁비누로 꼼꼼히 문지르고 과탄산과 베이킹소다를 푼 따뜻한 물에 하룻저녁 담가두고 다시 빨았더니 얼추 얼룩이 제거되었다. 그래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미하게 남아있다. 여름으로 바뀔 때 빨아 두었어야 했는데... 그럼 얼룩이 남지 않았을 텐데...  괜찮아 보인다고 괜찮은 게 아니었다.


어쩌면 관계도 그렇다


실망의 눈빛


관심없는 태도


지키지 못한 약속


함부로 내뱉은 말


 씨가 되어 가슴에 깊이 박혔다. 내버려 둔 사이, 시간은 흐르고, 동그마한 얼룩 꽃을 피웠다. 나는 우리 사이에 핀 얼룩 꽃을 꺾고 남은 자리를 박박 문지르고 깨끗이 빨아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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