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가 만 곳? 이게 무슨 말일까요? 이야기의 전말은 이러합니다. 제가 지난 9월 시립도서관 달빛소풍 축제에서 정읍시 한 권의 책 독서퀴즈와 책갈피를 만드는 부스를 맡아 진행하고 있을 때였어요. 해거름에 그곳에서 우리 똘망진 초등회 어린이 선우와 반갑게 마주쳤지요. 사족을 붙이자면, 저는 교회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초등회 교사로 봉사하고 있답니다. 선우는 이런저런 재미난 부스 체험들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제가 있는 곳까지 들르게 된 것이었죠. 선우가 물었어요.
"선생님, 책갈피가 뭐예요?"
"응, 책갈피가 뭐냐면, 책을 읽을 때 글씨가 많으면 한 번에 다 못 읽고 덮어야 할 때가 있잖아. 그럴 때,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하려고 끼워놓는 거야."
"저도 만들래요."
"그래, 네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도 돼."
이제 7살인 선우는 굵은 펜으로 과감하게 선을 직직 긋더니 큼지막한 글씨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1도 망설이지 않고서 말이에요. 초등학생만 되더라도 '뭘 쓰지?' 하며 제법 고민을 하거든요. 어른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런데 선우는 책갈피의 정의를 듣는 순간 어떻게 만들지 이미 결정을 내린 거예요. 최근에 엄마한테 한글을 배웠다는데 받침까지 척척 써내는 걸 보고 '오~"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지요.
여백에 '보다가 만 곳'이라는 글씨가 꽉 들어찼습니다. 글씨 끝에 덧붙인 ?는 재치 있으면서 궁금증을 자아냈지요. 오른쪽 상단에는 책을 보다가 만 곳에 책갈피를 끼우는 그림을 그리고 왼쪽 하단에는 준비된 지우개 도장을 콱 찍은 후, 파란색 매듭을 묶어달라고 하더군요.
주저하지 않는 그 시원시원한 선택과 행동에 감탄하며 든 생각! 아~ 무언가에 준비됐다는 것은 이런 거구나!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분명하게 아는 것! 주저하지 않고 열망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 내게 글쓰기는 이런 거구나!
오랜 시간 수없이 이런저런 생각들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해 오면서 이제는 내가 쓰고 싶은 게 뭔지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글을 쓰고 있죠. 작고 소박한 일상(日常)에서 느끼는 일상(一想). 오늘도 저의 일상(一想)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