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황하는 기이이린 Dec 02. 2021

왜 이렇게 세상엔 잘난 사람들이 많을까?

포트폴리오 만들다가 오는 자괴감 극복하기

나는 20대 후반의 취업준비생이다. 뒤늦은 나이에 취업 전선에 뛰어든 나는 해온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뭐라도 보여주기 위해 급하게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포트폴리오를 만들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어 참고를 위해 다른 사람들의 포트폴리오들을 찾아보게 된 순간, 세상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포트폴리오를 올린 이 사람들, 왜 이렇게 잘났는데??


왜 이렇게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은 것일까? 포트폴리오를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현실성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정말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는 수도 없이 많았다. 좋은 학벌에, 공모전에, 대외활동에, 창업에, 인턴에, 해외 유학에, 봉사 활동까지... 심지어 얼굴도 잘났다!(후...)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많아서 포트폴리오를 쓰는 나에게 현타가 빡 왔다. 도대체 남들은 그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살았을 수가 있을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렸을 때부터 살았길래 이런 수많은 경험들을 얻기 위해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일까?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지속적인 열정 머신으로 만들었던 것일까? 도대체 왜 나와는 왜 이렇게 다른 걸까...?


그들에 비하면 난 솔직히 남은 게 없는 인생이다. 고등학생 때는 솔직히 수능 공부하고 게임 말고는 거의 한 게 없다. 대학생 때도 아르바이트, 국토 대장정, 게임 대회 같은 큰 의미 없는 일들에만 관심이 있었지 해외 교환학생이나 봉사나 창업과 같은 대단한 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결국 나이만 먹고 그렇다 할 스펙이 없던 나는 공무원 준비를 시작했고 이후 연도로는 3년, 총합 기간을 따지자면 2년 반 이상을 공무원에 쏟아 넣었다. 그리고 그 끝은 실패. 결국 시간이 지나고 공무원에 결국 실패하고 나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떻게 보면 나이만 찬 잉여 인생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나와 다른 어떤 사람들은 그 긴 기간 동안 여러 인턴도 거치고, 해외에 교환학생도 다녀오고, 유학도 가고, 공모전 입상도 하고, 창업도 해보고, 정말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경험과 시도를 거쳐 대단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공무원에 최종적으로 실패한 이후로 다시 내 삶 자체가 이렇게 초라하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었다. 뭔가 현타가 빡 오면서 갑작스러운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아 나는 정말 뭐 하고 산 거지? 진짜 한심하다." 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렇게 가끔씩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자괴감은 쉬이 억누르기가 힘들다. 


물론 직접적인 비교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저런 대단한 사람들은 극히 소수라는 것도 알고 있다. 지금의 실패로 인해 내 인생이 아예 끝장나는 것도 아니고, 지금부터 열심히 뭐라도 이루려고 한다면 늦은 나이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과거에 대한 후회가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들에게도 한 번뿐인 인생이고 또 나에게도 한 번뿐인 인생이기에 더 아쉽다. 더 열심히 치열하게 뭐라도 해볼걸. 괜히 공무원 준비하다가 날린 시간 대신에 돈이라도 벌걸... 자괴감에 사로잡힐 생각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잠깐 이렇게 자괴감이 몰려오면 솔직히 단번에 극복할 수가 없다. 나는 포트폴리오 작성을 멈추고 잠깐 자괴감에 몸을 맡긴다. 몸을 눕혀 천장만을 빤히 쳐다보면서 자괴감에 빠진 기분에 잠시나마 젖어든다. 


가만히 자괴감에 젖어 있자면 서서히 감정은 고요해지고 내가 아는 사실들은 남는다. 이미 난 알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괴감은 다시금 사그라 들것이라는 걸. 그리고 후회해봤자 이미 벌어진 일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아무리 기운 없이 비련의 주인공처럼 축 쳐져있어 봐야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도 축 쳐져있는 나를 구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나 홀로 일어나 세상과 같이 변해야만 한다는 것을. 변하지 않으면 자괴감이라는 구렁텅이에 빠져 더욱 헤맬 뿐이라는 것을. 결국 자괴감과 괴로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일어나서 뭐라도 하는 것임을. 뭐라도 해야만 뭐라도 해낼 수 있고, 뭐라도 해내야만 강해질 수 있고, 강해져야만 이 험난한 세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나는 살고 싶다는 것을. 그렇기에 나는 그냥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몸을 일으키고 책상 앞에 앉았다. 결국 자괴감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괴감이 쓸모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씩 자괴감에 사로잡혀 힘들 때면 그냥 몸을 눕힌다. 그리고 가만히 시간을 보내다 보면 결국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할 수 있다. 남들과의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것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결국 감정은 일순간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일어나서 무언가를 한다. 언젠가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렇게 포트폴리오를 또 만들러 간다...ㅎ

작가의 이전글 인턴도 경력을 요구하면 나 같은 무경력은 어쩌라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