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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황하는 기이이린 Oct 30. 2021

3년간의 공시생을 접고 시작된 험난한 취업기(1편)

공시생에서 콘텐츠 마케터까지

나는 법원직 공무원을 3년 준비하고 떨어진 사람이다. 이 이야기는 내가 공무원에 떨어지고 난 후의 내 생각들과 행동들을 정리한 글이다. 혹시나 공무원을 떨어진 후의 삶을 이어가는 분들이 있다면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이런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댓글로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많은 것들을 같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법원직 준비 공시생으로 3년간의 시간을 보낸 나에게 마지막 시험의 실패는 정말 어둡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언제까지고 엎드려서 패배의 아픔만을 위로할 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도 시간은 가고, 세상은 움직이니까. 멘붕에 빠져 며칠간을 허우적대던 나는 이윽고 마음을 다시 잡았다. 나는 벌써 20대 후반이 되어버렸고, 절망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었다. 나는 앞으로의 내 인생에 대해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앞으로 법원직 공부를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직렬에 손을 댈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공무원을 접고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 2년 연속 2문제 차이로 떨어졌으니 아깝다면 아까운 점수였다. 주위 모든 사람들도 내 점수가 아깝다며 더 도전하기를 권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나는 내가 더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마지막 시험을 본 뒤 내 안의 의지도, 열정도 모두 소멸해버렸기 때문이다. 3년 차 때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공부했기에... 이 정도면 그냥 내가 공무원 공부에 아예 안 맞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또,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내가 4~5년 이상의 시간을 쏟아부어가면서 가고 싶은 꿈의 직장인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을 때 그렇지도 않았다. 물론 되기만 하면 나에게 있어서 정말 좋은 직장임은 틀림없지만 반드시 되어야 하는 직장도 아니었고, 나에게 꼭 필요한 직장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적당히 먹고살 수 있는 직장이 필요했기에 공무원을 시작했을 뿐이었다.


지금이 공무원을 멈추고 새로운 길로 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공시생을 그만둔다면 20대 후반의 지금이 마지막 나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3년간 공부해왔는데도 공무원에 합격하지 못했고, 4년~5년이 된다고 해서 무조건 붙을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기에 공무원으로의 길을 계속한다고 하더라도 미래는 여전히 암울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여기서 1년만이라도 시간이 더 끌리게 된다면 공무원 말고는 다른 길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예 불가능해 보였다. 그럴 거면 차라리 사회 커리어에 아무런 쓸모도 없고 지긋지긋한 공무원 공부를 이어나가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또 다른 길에서 새로운 인생을 가지고 내 열정을 한 번 태우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 한 번으로 모든 게 결정 나는 무시무시하게 불안정한 삶보다 더 체계적이고 발전해나갈 수 있는 삶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지금부터라도 하나하나 역량과 실력을 쌓아 올리다 보면 그래도 취직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희망 회로가 돌아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와서 사회로 나아간들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 기회가 주어질까 싶었다. 코로나로 취업 문은 어느 때보다도 굳게 닫혀있고, 취직자리가 없어 괴로워하는 청춘들이 가득한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20대 후반에 접어든 나는 어떤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공무원 공부는 사회에 아무런 쓸모가 없으니... 공무원 공부를 그만두고 난 내 모습은 기업의 입장에서 20대 후반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먹은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내가 대학교를 다니면서 특별히 의미 있는 대외활동이나 공모전 수상을 한 것도 아니고... 인서울 하위권 국문과 출신에 알바만 열심히 하며 살아온 나에게는 전문성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이제 와서 야생 그 자체인 사회로 들어가 그 안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대단히 무모해 보였다. 어쩌면 이 선택 하나 때문에 인생이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몰랐다. 이미 실패를 맛본 삶이었기에 더더욱 더 이상의 실패를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느 한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며칠을 더 보내버렸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일단 대학교로 돌아가 막 학기를 끝내기로 결심했다. 일단 졸업 요건부터 다 채우면서 그 기간 안에 뭐라도 시도해보고, 그럼에도 결국 취직이 안 된다면 다시 공시생으로 돌아가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대학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얼추 4~5개월이 남아있었기에 그동안이라도 사회에서의 직무를 정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알아본 문과의 취직 시장은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청년 실업이 늘어가는 와중에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까지 겹쳐버리니 온 취준생들이 곡소리를 내고 있었고, 미칠 듯이 취준에 열중하는 취준생들이 좀비처럼 득시글댔다. 당분간 이 취직 시장의 포화 문제가 쉽사리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이 생겼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어떤 직무를 선택하고, 준비해야 현실적으로 취직하고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을까? 1차적으로 개발자를 많이 뽑는다는데 코딩이라도 배워볼까 생각을 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맛보기 코딩 수업을 들어봤는데 정말 나에게 맞지 않고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왕이면 공무원 준비를 실패하고 나온 만큼 정말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내 열정을 불태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었다. 그렇지 못하면 너무나 후회할 것 같았고, 다시 공무원 시장으로 발을 내딛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직무나 마구잡이로 넣으면 떨어질 것이 분명했기에,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전략을 세우는 것은 분명하게 필요했다. 나는 어떤 직무를 정하고 그에 맞춰 직무 경험을 쌓는 것이 취업으로 향하는 그나마의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차피 문과 직무는 모두 어마어마한 취업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영업을 제외한 어떤 직무든지 들어가기 모두 힘들 것이라는 각오를 했다. 그리고 특별한 경험이 없는 나이기에 이곳저곳 발을 넓히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제1순위로 들어갈만한 하나의 직무를 정하고 그것에 대해 노력을 쏟아붓는 것이 취업에 더 성공할 수 있는 길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먼저 메인으로 집중할 하나의 직무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직무가 무엇인지 찾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었다.


그렇기에 먼저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잘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봐야 했다. 내가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유튜브 영상을 보는 등 글이나 영상으로 이루어진 "콘텐츠"를 보고 향유하는 것을 굉장히 즐기는 사람이었다. 국문과에 진학한 이유도 다른 무엇이 아닌 '글'을 정말 좋아했기 때문이다. 대학교 성적 자체는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교내 글쓰기 대회에서 상도 받고, 상금도 받으면서 그래도 글쓰기가 나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글 쓰는 것을 좋아해 하루에 몇 시간씩 앉아서 글을 쓰더라도 지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다. 영상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는 영화나 다큐멘터리, 광고, 유튜브와 같이 영상적으로 표현된 무언가를 보고 그곳에서 정보를 얻든지, 감정적 쾌감을 느끼거나 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유튜브 영상들에도 대단히 관심이 많아서 남는 시간에 게임을 하거나 나가서 술 마시는 것보다도 어떤 주제든 간에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더 나아가 "내가 만약 영상을 만든다면?"이라는 물음과 함께 유튜브 영상을 구상하거나 사람들이 흥미 있어할 소재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아했다. 어차피 공무원을 떨어진 지금, 정말 내가 열정을 다해 도전할 수 있는 분야는 그곳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글'이나 '영상'이라는 콘텐츠를 살려서 직무를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열심히 직무를 찾아보던 도중 '콘텐츠 마케터'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나는 '마케팅'이라는 직무가 상당히 매력적인 직무라고 생각했다. 공무원을 시작하기 전에도 멋있고 재밌어 보이는 직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지만, 공무원 공부를 하고 난 뒤에는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공무원 공부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창의성을 요구하는 직무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또 나 스스로가 창의성과 흥미라는 요소에 더 적합한 사람이라는 약간의 자신감도 있었다. 상상력도 풍부하고, 사람들에게 흥미를 끄는 것도 좋아하고, 새로운 것들이나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았기에 '마케팅'직무는 그런 내 관심사와 잘 맞아떨어지는 직무가 아닐까 생각을 했다. 게다가 요즘에는 단순 TVCF나 신문과 같이 고전적인 마케팅만 하는 것이 아닌, 디지털 중심의 마케팅이 상당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내가 광고 관련 과를 나오지도 않았고, 공모전과 같은 성과를 지금까지 보여주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이 쪽으로 차근차근 준비해나간다면 취직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또한 조금 늦은 나이이기도 하고, '마케팅' 자체가 뽑는 인원이 많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턴부터 시작해본다면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뭐 어차피 문과 직업들 중에 '영업'을 제외하고는 '마케팅'보다 많이 뽑는 직무도 없는 것 같고. 그렇게 마케팅에 대해 관심을 느끼고 '콘텐츠 마케팅' 관련해서 경험을 쌓기 시작했던 것 같다.


어쩌면 정말 짧디 짧은 생각이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대학으로 돌아가야 하는 지금 당장에 공무원 공부를 다시 시작할 것도 아니고, 공무원 공부를 시작할 기력도 없었기에 무엇이라도 새로운 것을 시작해보고 싶었다. 결국에 실패로 끝날 수도 있는 길이었지만, 그래도 도전조차 해보지 않고 공시생 생활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가슴 아픈 패배를 겪더라도 1~2년만 그곳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았다. 이미 실패를 겪어본 인생, 못해도 밑져야 본진이지 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직무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 3년간의 공시생 생활로 내 주위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마케팅 관련해서 취업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맥이나 전문가도 없었다. 그렇기에 일단 무턱대고 잡코리아나 슈퍼루키, 사람인 등의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채용 공고들을 낱낱이 살펴보고 기업들이 신입들에게 대충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찾아보았다. 유튜브나 브런치와 같은 글들을 쏘다니며 마케터로 취업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이 잡듯 뒤지기 시작했다. 그들을 통해 업계 트렌드나 현황, 커리어 패스 등을 얄팍하게나마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에 따라 포토샵, 엑셀, 프리미어 프로 등 다양한 툴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같은 이유에서 블로그도 시작했다. 트렌드에 관심이 많다 보니 그것들을 정리하며 글을 써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고, 먹을 것들을 리뷰하는 글들도 마구 올려댔다. 마케팅에 관련된 서적들도 하나씩 읽어나가며 이론적인 지식들도 대충 익혀나갔다. 다양한 마케팅 취업 특강들을 들으며 무엇들을 준비해야 될지 하나하나 알아나갔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희망이 넘쳐났다. 책만 펴고 법만 달달 외우는 시간에 비해 시간이 훨씬 알차고 즐겁게 느껴졌다. 비록 코로나 때문에 알바 자리조차 구하기가 힘들어 돈도 거지같이 없었고, 늦은 나이에 시작한 전혀 다른 일이다 보니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 암기의 연속이었던 인생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부터 설렘을 느꼈다. 내 직무에 맞는 그 신선함에 즐거움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의지도 더 났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이 넘쳤다. 실패를 겪었지만 그래도 그 뒤에 긍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정말 희망에 가득 찬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자 다시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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