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어 다시 쓰는 전 직장인, 현백수의 일기
나는 열등감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열등감이 많은 사람인 것을 깨닫는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어렸을 때는 스스로를 자신감에 차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이 하는 건 뭐든 해봐야 직성이 풀리고 잘하지 못해도 그다지 기가 죽지 않았기에 열등감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못해봤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한 가지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어렸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저 멀리 가버린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는 그 틈에서 이도저도 아닌 그냥 모든 다 해보고 싶은 마음뿐인 ‘팔방미인’이 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일본에서 ‘팔방미인’이라는 말은 좋은 뜻으로 쓰이지 않는다. 결국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른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평생을 팔방미인이라 생각해 온 나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제대로 뭐 하나 이뤄낸 것이 없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실망감을 이겨내기 위해 더 단련하는 것이 아니라 열등감이라는 패배적인 감정에 휩싸여서 나를 괴롭히고 남을 괴롭히면서 나이를 먹게 된 것이다.
아 근데 이렇게 열등감이 많은 나도 장점은 있다.
나는 메타인지가 잘 되는 사람이다. 너무 잘돼서 열등감에 사로잡힌 나를 세상에 내놓으면 안 되겠다는 엄청한 핑계로 현재 백수가 되었다.
더 이상 열등감이라는 것이 내 몸 깊숙이 뿌리 박히기 전에 쉬어야 한다는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소파에 누워, 백수는 앉을 수 없다, 키보드를 두들긴다.
열등감이 어디서부터 기원했으며, 이것이 해소되는 순간은 언제이며, 건강한 자존감이란 어디서부터 기인하는지 수많은 생각들이 나를 괴롭힌다. 마흔이 넘어도 아직 자아가 정립이 안되었나 보다.
아 근데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한 것을 보면 어쨌든 나를 알아가려고 하는 스스로를 칭찬해줘야 하나 싶다.
일단 오늘은 칭찬하고 지나가기로 한다.
건강한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 작은 것 하나하나 시작해 본다.
발 닦고 이 닦고 청소하고 자기!
인간으로 태어나서 배출되는 수많은 불순물들을 깨끗이 닦고 정리하면서 잠들면, 그 하루하루가 쌓여서 나를 이루고 건강한 자존감으로 바뀌지 않을까?
이런 생각하는 나를 누군가 어서 칭찬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