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친구가 세상을 등졌다.
조용히,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옥상으로 올라가 스스로 목숨을 거두었다.
그는 오래전, 도박으로 집을 잃고, 직장을 잃고, 가족까지 잃어버린 사람이었다.
끝내 손에 쥔 도박의 불씨가 그의 삶을 삼켜버렸다. 도대체 도박이란 그에게 무엇이었을까?
남편은 조문을 다녀온 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을 뒤척였다.
"삶을 저렇게 비참하게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던 친구의 마음을 생각하니 너무 힘들다!"
남편은 연신 그 말을 되뇌며 친구의 마지막을 애도했다.
"이토록 불편한 몸으로도 이렇게 살아보려 애쓰는데 정상인 몸으로 무엇을 못하겠나!"
그러면서 친구를 떠올리면 마음이 무너진다고 한다.
친구가 비참한 삶 속에 갇혀 버텨내지 못하고, 무너져 버린 그 순간,
그 깊은 절망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불면증과 우울증이 겹쳐 고통받았다는 이야기를 듣자, 60년을 넘게 살아온 그가 마지막 순간에 얼마나 비참했을지,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형제자매들 그 누구도 그의 속마음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가끔 이유 없이 전화 오면, 말하지 않아도 돈을 보내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도박의 문제가 아니었으리라. 그의 마음속, 허무와 절망은 어디까지였을까?
옥상에 오르던 그때의 심정은?
밧줄을 손에 쥐던 그 순간의 떨림은?
그는 얼마나 긴 밤을 홀로 버텼을까?
망설임과 체념사이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고독했을까?
남편은 그 친구를 보살피지 못한 미안함에 밤새 뒤척였다.
삶을 그렇게 끝맺을 수밖에 없었던 친구를 생각하며 자신의 무력함을 크게 느꼈다. 애써 친구를 감싸 안지 못한 그 시간들이 원망스럽고, 또 후회스러워했다.
삶은 결코 가볍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더 소중하다. 내 인생의 마지막의 모습을 후회와 절망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몫의 하루하루를 알차게 끝내 살아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