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다시 시작이라 믿었던 하루들

by 김미숙

봄이 되면 목련이 지고, 여름이면 솔방울이 숨는다.

그 길을 매일같이 쓸던 사람이 있었다. 아침 7시, 누구보다 먼저 출근해 연못가장자리를 쓸고, 풀숲에 숨어 있던 고양이 똥을 주워 담고, 바람이 스쳐간 흔적마저도 닦아내던 그 사람....

내 남편이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지 채 1년도 안되어, 넘어지기만 하던 사람이 다시 일어섰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 손은 아직 완전하지 않고, 한쪽 발도 가끔 말을 안 들었지만, 구청 기간제 근무에 합격했을 땐, 마치 하늘을 날 듯 기뻐했다.

"나도 다시 할 수 있어!"

그 말 한마디가, 내가 그동안 얼마나 버텨온 이유가 되었는지 모른다.

남편은 하루도 빠짐없이, 가장 먼저 출근했다.

잔디밭 안쪽에 숨은 솔방울 하나까지 찾아냈고, 비가 와도 추운 겨울에도 하루를 쉬지 않고 출근했다. 누군가는 스쳐 지나칠 "잔일" 들이 남편에겐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11개월 뒤 재계약은 되지 않았다.

그날,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알았다. 그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를...

아무것도 아닌 듯 웃으며 집에 들어섰지만...

그날 밤, 유난히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나는 괜찮아"라고 했지만. 괜찮지 않은 걸 나는 알았다. 누군가에게는 "계약 종료" 였을지 몰라도

남편에게는 ' 작은 희망의 끊김'이었다.

나는 그날 밤, 조용히 남편의 등을 쓸어 주었다.

한 손은 아직 어색하게 굳은 채였지만, 그 손으로 다시 무엇이든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우리 둘이 함께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