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별 것 아닌 주제로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 편이다. 얼마 전에는 산책을 하다 비틀즈 7080이라는 이름의 라이브 카페를 봤다. 이걸 보고 또 생각병이 도졌다.
비틀즈는 1970년 Let it be 앨범을 마지막으로 해체했다.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의 활동을 시작했다. 존 레논은 이매진과 같은 수많은 명작을 냈고, 1980년 12월 8일 총에 맞아 죽었다. 그러니까 비틀즈 7080은 이상하다.
7080이라는 시대와 비틀즈는 관계가 없다. 70년에 존은 ‘비틀즈를 믿지 않는다, 꿈은 어제 끝났다’ 라고 했다. 비틀즈를 만든 사람이 직접 비틀즈가 끝났다라고 얘기했으니, 내가 덧붙일 말은 없다. 1970년에 비틀즈는 끝이 났다.
나는 열혈한 비틀즈의 팬이다. 모든 밴드 중에서 비틀즈를 제일 좋아한다. 그럼에도 난 1970 비틀즈 해체를 수긍할 수 있다. 존 폴 조지 링고 각자의 세계가 어느새 너무 커져버렸다. 브라이언 앱스타인의 지휘 아래 바가지머리와 쓰리버튼 수트를 입었던 비틀즈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누구는 수염을 기르고, 누구는 머리를 기르고,누구는 파란 옷을 입기도 하고,누구는 노란 옷을 입으며 각자의 세상을 구축해나갔다. 당연하게도 음악적 방향 또한 그러했다.
비틀즈 멤버들의 솔로 음반들은 대단하다. 멤버들 개인의 세계관이 온전히 담긴 앨범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멋진 세계를 보여주었다. 특히 존 레논의 솔로 음반들은 정말 최고다. Mind game, Wall and bridges, Plasitc on band 등등.
다시 돌아가, 사장님은 왜 가게 이름을 '비틀즈 7080'으로 짓게 됐을까. 혹시 존레논의 극성 팬인가? 존 레논은 Help와 Rubber soul에서부터 자신의 자아를 숨김 없이 드러냈다. 그런 경향은 비틀즈 후기로 갈수록, 솔로 앨범으로 갈수록 진해진다. 만약 사장님이 존의 팬이라서 비틀즈 7080음악을 최고로 쳤던것일까. 혹은 비틀즈의 해체를 믿지 못하고, 비틀즈가 있는 80년대에서 살고 있는 걸까? 존 레논이 죽은 80년과 함께 비틀즈를 꼭 기억하고 싶으셨던 걸까?
같이 산책을 하던 형이 사진을 찍는걸 보고 “또 어디 쓰려고 그래?”라고 물어보았다. 그냥 찍는거지라고만 대답 했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 난 정말 피곤하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