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현대인의 음악을 듣는 방법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 가지의 사물과 개념을 가리키는 데는 오직 하나의 명사, 움직임에는 하나의 동사, 그것을 형용하는 데에는 오직 하나의 형용사가 있을 뿐이므로, 작가는 이 하나밖에 없는 적확한 말을 찾아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 음악 감상에도 딱 맞는 한 개의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음악은 반드시 LP로 들어야만 하고, 어떤 음반은 CD, 어떤 것들은 스트리밍만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방법을 나누는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내 기준에서 재즈는 LP가 딱이다. 재즈 특유의 정서와 공간감은 LP로 들어야만 한다. 소울, 훵크 음반들도 마찬가지. 대게 그렇지만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것이 조금 더 특별하다. 예를 들어 이름 모를 인상 좋은 흑인 아저씨가 색소폰을 연주하는 커버를 레코드샵에서 발견하면 '얼마나 잘하길래 당당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보통 그 아저씨들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핑크 플로이드 같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의 음악들도 LP로 들으면 끝내준다. 13분이 넘는 트랙을 스트리밍으로 들으려면 집중력이 버티질 못하거니와 엘피 특유의 소음까지도 의도처럼 느껴진다. 환경이 만들어준 리믹스라고 볼 수 있겠지. 무엇보다도 유기성 있게 짜여진 음반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느낌이 참 좋다.
라이브로 들어서 좋은 음악, 아이팟 나노 3세대로 들으면 좋은 음악 등등 나만의 기준들이 많지만, 요즘은 CD로 듣는 음악에 꽂혀있는데, 2000년대 락 음악들. 이를테면 그린데이나 더 스트록스, 리버틴즈같은 음악들은 CD로 듣는 게 맛이 산다. 이유는 굉장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인한다. 2000년대에 나는 용돈을 받는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레코드 샵에서 CD를 만지작거리면서 구경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래서 그때 좋아했던 음악들은 CD로 사야만 한다고 느낀다.
위에 나열한 나만의 방법은 정론 같은 것은 아니다. 개인의 성향, 상황, 성격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험에 따라 굉장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누가 보면 참 귀찮게 산다 싶겠지만, 이런 것이 즐겁다. 나만의 경험으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지고 싶고 소유하고 싶다. 고민하여 구매한 음반을 그에 맞는 플레이어에 올리고 재생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나름의 의식 같은 것이라, 음악을 신성시 여기게 되기까지 한다. 그러니 다들 여유가 된다면, 나만의 '의식'을 한 번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