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입으면 더 재밌는 옷
청바지를 주로 입는 사람도 가끔은 다른 바지를 입고 싶을 때가 있다. 내 옷장 속 바지류도 대부분이 데님인데, 어떤 날은 그것이 참 원망스럽다. 하지만 데님의 편리함이란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데님은 기본적으로 막 ‘너는 태생이 작업복이니까’ 하는 마음가짐으로 거칠게 대하는 옷이다. 그래서 입었을 때의 심적 부담감이 크지 않다. 그리고 뭐가 좀 묻더라도 그냥저냥 ‘빈티지니까’로 퉁칠 수 있을 것만 같은 옷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리바이스는 1964년에 내놓은 논-데님 치노 팬츠인 스타 프레스트를 제작했다. 스타 프레스트는 메카닉 팬츠라고도 불렸는데, 이 바지는 주름이 지지 않도록 코튼과 폴리 혼방의 소재로 만들어졌다. 즉 딱히 관리를 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심지어 다림질을 해주지 않아도 턱이 잡혀 편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슬랙스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해주었다. 스타 프레스트는 곧 큰 인기를 얻었고 리, 랭글러에도 비슷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스타 프레스트는 특히 영국에서 인기가 좋았다. 요즘 다시 리이슈 되는 제품도 미국 브랜드가 영국을 중심으로 제작되었으니 어디서 돈을 많이 벌었는지는 감이 좀 온다. 제임스 본드도 입은 바지이니 만큼, 추억의 바지라는 이름으로 최근에 리이슈 된 제품이라는 것은 지금은 할아버지가 된 당시의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았다는 뜻이다. 특히 모즈와 스킨헤드와 같은 서브컬처를 중심으로.
“clean living under difficult circumstances”이라는 정신으로 늘 깔끔한 옷차림을 유지하고자 하는 모즈에게 특히 스타 프레스트는 최적의 바지였다. 심지어 스타 프레스트 특유의 핏은 닥터 마틴 혹은 클락스와도 굉장히 잘 어울리는 바지였다. 특히 검은색과 짙은 갈색의 컬러는 모즈의 필수 아이템이었다고 할 정도였다. 내가 이것을 직접 검증하기 위해 구매해보았는데, 내 몸에는 슬랙스보다도 훨씬 괜찮은 핏을 내주었다.
미국에 디키즈의 874가 있다면 영국에는 스타 프레스트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스타 프레스트는 정말로 작업의 용도로 나온 것은 아니다.
나는 좋아하는 보기에도 멋있지만 알고 입으면 더 재밌는 제품을 좋아한다. 세상에는 예쁜 옷이 너무 많으니 예쁜 옷 중에서만 입을 것을 고르기는 너무 힘드니까 나만의 새로운 기준을 하나 더 추가해준 것이다. 그래도 패션의 1차적인 기능은 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코디를 추천하자면 체크 버튼 다운 셔츠 혹은 깔끔한 가디건 혹은 니트와 함께 입는 것을 추천한다. 신발은 역시 데저트 부츠나 닥터마틴 부츠를 추천한다. 이렇게 한다면, 옷을 입는 데에 60년대 모즈가 어쩌구 저쩌구 이상한 이유를 갖다 붙이는 사람도, 그의 여자 친구도 그리고 그의 엄마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p.s) 지금은 인기가 없는지 한때 인기가 좋았던 영국에서도 잘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