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거리, 발 밑에서 약간 스쳐 없어지는 그런 눈이 아니라
발 하나가 푹 꺼질 만한 그런 거리를 걷고 있다.
어떠한 아름다운 단어와 문장도 눈 위에 녹아 사라질 것 같은 그런 거리…….
모든 것이 멈추어져 버린 거리
오늘은 돌아가면 안 될 것 같은 날 같았다. 예약한 열차 시간표는 시야에서 점점 옅어졌다.
“한 가지 물어보고 싶어, 나와 함께 해서 행복해?”
부끄러워 먼 곳에서 그저 힐끔거리기만 했던 장면….
조금 용기를 내어, 어느 추운 겨울날 녹차빙수를 함께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를 했던 장면
좋아하는 마음을 담은 선물을 가지고 너를 계속 기다렸던 그 밤의 장면
멀어질 수도 있다는 슬픔을 꾹 참고, 기어이 너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이야기했던 장면
…….
“평생 함께 하자는 말을 꺼내었던 그 가을밤, 딱 오늘 같다.”
“그치?”
괜히 울컥해지는 가을밤이야, 너를 좋아하기 시작하고 딱 이번이 다섯 번째 가을이 찾아왔어.
그 계절이 돌고 돌아 혼자였던 나의 밤이었는데 이제는 둘이 함께 소유할 수 있는 밤이 되었네.
함께 나와 있어 주어서 고맙다는 이야기보다는
나와 함께 있는 게 행복한지 다시 한번 더 물어보고 싶어.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나의 이야기가 여전히 너를 감싸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사랑은 완전할 수 없어서 가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하거든,
내가 처음 느꼈던 사랑, 그때의 마음을 다시 생각하는 일 말이야.
부족한 것이 많은 내가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한 번씩 걱정을 하는 날들이 나에게 찾아와…
사랑한다는 말, 행복하다는 말
우리 서로의 곁에 머물 수 있는 말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