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고민하다 결국에는 활자로 나의 어지러움을 분출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곧바로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자책하며 흰 여백을 하나씩 채워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참으로 스스로 한탄할 일이다. 이렇게나 스스로 깎여나가는 것을 허락한 채 그대로 내버려 두는 나…
자신을 잠깐 아련하게 눈여겨본다.
누구나 억울했던 경험들이 한 번쯤은 있겠지만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어쩌면 그 상황을 만들어내는 누군가에게
우리는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어 줄 수 있을까 고민해본다.
“주변에 자신의 이야기를 깊게 들어주는 사람 없이, 오해와 편증된 시각만이 존재하는 공간”
스스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중심을 잃지 않도록
주변의 어지러운 이야기에 자신이 휘말리지 않도록
그리고 나를 다시 바라보기
“하나의 이야기가 그 사람을 뒤덮고,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공간”
나를 뒤덮는 구부러진 이야기가 나도 모른 채 나와 함께하고 있지 않은지
보이지 않는 이면을 보려는 나의 애씀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나를 보며 그 사람을 다시 바라보기
불완전한 표(表)는 누군가로부터 우리에게 주어져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고,
홀로 외로운 내(內)는 그 자리에 남겨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