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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시선 Jan 31. 2023

"종달리"를 생각하며

언제부터인가 책과 글을 좋아하게 되면서 여행의 목적과 장소도 크게 영향을 받게 되었다.

나의 마음이 자리 잡은 곳은 책과 따뜻한 차가 함께하는 아늑하고 조용한 책방이었다.

여행의 목적이 책방이 되고, 설령 그 목적으로 가지 않은 지역이라고 할지라도 기어코 책방을 찾아내서

한두 시간의 시간을 책방과 나누었다.


3년 정도 책방과 애정을 쌓아가면서 많은 책방들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몇 곳은 사장님과 안면을 틀어

책방에서 책을 읽지는 않고 서로의 삶을 나누는 새로운 영역(?)을 맞이하기도 하였다.

신기하게도 책을 읽는 것과 삶을 나누는 것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둘의 모양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를 받고 때로는 나 스스로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기도 하고 , 앞으로 살아갈 길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도 은밀한 소통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작가와의 소통,  나아가  속의 인물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른 세계에서 위로와 조언을 건네받고  나의 감정을 고백하는 일련의 회복의 시간을 가질  게 만든다.


많은 책방들을 알고 있지만, 거리가 꽤나 떨어져 있는 '제주 종달리 마을의 책방'에 가 있을 때면 낯선 공간으로부터 받는 고요함 속에, 나를 더 솔직하게 바라보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 언제부터 애정하는 공간이 되었다. 날 좋은 가을 어느 날,  여유롭게 3일 을 예약을 해놓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책방 오픈시간에 맞춰 아침마다 들뜬 마음으로 문 밖을 나섰던 경험은 잊기 어려운 행복한 경험이다.


종달리 마을에서 책 한 권과 커피 한 잔, 때로는 맥주 한 잔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하는 여행은 나에게 가장 사랑하는 여행이지만, 그만큼 사치스러운 여행이기에... 그때의 기억을 살려 언젠가 다시 종달리에서의 아침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아쉬움은 다가 올 일이 나에게 얼마나 큰 행복이 될지를 넌지시 알려주기에 또 하루를 살아가는 기쁨이 된다.


종달리 746, 소심한 책방... 그리고 그 주변을 감싸 안아내고 있는 종달리 마을의 거리


그 거리를 다시 한번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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