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책과 글을 좋아하게 되면서 여행의 목적과 장소도 크게 영향을 받게 되었다.
나의 마음이 자리 잡은 곳은 책과 따뜻한 차가 함께하는 아늑하고 조용한 책방이었다.
여행의 목적이 책방이 되고, 설령 그 목적으로 가지 않은 지역이라고 할지라도 기어코 책방을 찾아내서
한두 시간의 시간을 책방과 나누었다.
3년 정도 책방과 애정을 쌓아가면서 많은 책방들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몇 곳은 사장님과 안면을 틀어
책방에서 책을 읽지는 않고 서로의 삶을 나누는 새로운 영역(?)을 맞이하기도 하였다.
신기하게도 책을 읽는 것과 삶을 나누는 것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둘의 모양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를 받고 때로는 나 스스로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기도 하고 , 앞으로 살아갈 길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도 은밀한 소통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작가와의 소통, 더 나아가 책 속의 인물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또 다른 세계에서 위로와 조언을 건네받고 또 나의 감정을 고백하는 일련의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만든다.
많은 책방들을 알고 있지만, 거리가 꽤나 떨어져 있는 '제주 종달리 마을의 책방'에 가 있을 때면 낯선 공간으로부터 받는 고요함 속에, 나를 더 솔직하게 바라보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 언제부터 애정하는 공간이 되었다. 날 좋은 가을 어느 날, 여유롭게 3일 을 예약을 해놓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책방 오픈시간에 맞춰 아침마다 들뜬 마음으로 문 밖을 나섰던 경험은 잊기 어려운 행복한 경험이다.
종달리 마을에서 책 한 권과 커피 한 잔, 때로는 맥주 한 잔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하는 여행은 나에게 가장 사랑하는 여행이지만, 그만큼 사치스러운 여행이기에... 그때의 기억을 살려 언젠가 다시 종달리에서의 아침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아쉬움은 다가 올 일이 나에게 얼마나 큰 행복이 될지를 넌지시 알려주기에 또 하루를 살아가는 기쁨이 된다.
종달리 746, 소심한 책방... 그리고 그 주변을 감싸 안아내고 있는 종달리 마을의 거리
그 거리를 다시 한번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