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특히 우리 가정에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모두 존재하는 삼남매네가 되었다.
세 자녀가 세가지 종류의 학교에 다닌다는 것.
다들 대단하다싶을 테지만 또 살아내게 된다. 사실은 몸보다는 마음이 너무 바쁜 요 며칠이었다.
셋 다 다른 종류의 학교에서 요구하는 절차들이 살짝씩 달라서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잘 체크하여 야무지게 챙겨 보내기에 온 신경이 다 쏠려있다.
지역에따라 등교 방법도 다 다를 지 모르겠다만, 다행히우리 지역은 초. 중. 고. 세 종류의 학교가 모두 등교는 하고 있다. 다만, 새학기부터 자가진단 방법이 세 종류의 학교가 살짝씩 다르다.
초등학생은 매주 월, 수요일에 두 번씩 자가진단 키트를 검사해서 음성이 나온 키트를 지퍼팩에 고이 담아 학교에 보내서 확인을 해야 한다.
담임선생님께 고등학교처럼 그냥 사진을 찍어 보내는 것이 어떨지 의견을 내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직은 새학기이니 튀기보다 하라는 대로 따르면서 지켜보기로 한다.
요사이 확진문자가 가장 빈번해서 불안한 중학생은 오히려 자가진단키트를 배부만 하고 검사실시는 선택에 맡긴다. 나는 하는 김에 셋을 동시에 하기는 했다만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다만, 반에 확진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반 구성원 모두가 자가진단 키트 검사를 실시하라고 연락이 온다고 한다. 그리고 중학생 입학식날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담임선생님께서 먼저 전화를 하셔서 비상연락망이라며 핸드폰 번호를 저장하라고 하셔서 몹시 당황스러웠다. 새학기에 먼저 담임선생님께서 친히 학부형에게 번호를 알려 주는 일은 처음인 듯 하다.비상연락망이라니...... 하긴 나날이 비상 상황이긴 하지.
그동안 가장 백수같은 인생을 살던 우리집 고등학생은 올해에는 3학년이 되어 그런가 새학기가 되자마자 얼굴보기도 힘이 들더니 어제 아침 6시에 자가진단 키트를 들이밀며 잠도 덜 깬 나에게
"이거 해야 된대. 해죠." 했다.
고등학교도 일주일에 두 번씩 가정에서 자가검사를 해서 사진으로 찍어 담임선생님께 보내야 된단다. 전학년이 다 실시인지 야간자습과 보충수업으로 학교에 있는 시간이 많은 3학년만 검사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 고3은 지난 주에 했고 월요일 아침에 또 해야한다고 했다.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일요일 저녁 우리집의 풍경에는 자가검사키트가 등장했다. 초등, 중등, 고등학생 셋을 동시에 착착착 검사를 실시하다보니 마치 내가 보건소 방역직원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난 주에 내 직장인, 공부방에 오는 학생 중에 한 친구도 확진 진단을 받았대서 그 후로 나도 매번 수업 전에 자가검사키트를 꺼내 들었더니, 이제는 자가검사키트 달인이 된 느낌이다.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개학을 알리는 코로나 자가검사키트
자가검사키트가 일상이 되면서 스스로 거울을 보며 내 코를 찌르면서 이런 메모를 해놓았다.
[조심하며 겁내하며 일상을 포기하고 집에만 있는 사람도 참 답답하고.
지금 당장의 내 삶이 더 중요하다고 자유를 누리는 사람을 보면 불안하기도 하고.
진짜 정답은 없다.
그저 다들 본인 일상에 책임을 지며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 나갈 뿐이다.
일상과 안전...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어 나가며 안정적이고 또 즐거움도 있어야 할 시소타기같은 하루를 우리는 살고 있다.]
일요일 저녁에 급하게 중학교로부터 단체문자가 왔다. 급식조리사분이 3명이나 코로나 양성이 나와서 내일부터 급식은 간편식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개별 도시락을 보내도 된다고 한다.
"도시락을 싸야 되나, 머를 주려나. 간단한 간식이라도 챙겨 갈래?"
불안한 목소리로 2번에게 물어보니,
"됐어. 학교서 별로 배 안 고파. 괜찮아." 한다.
새로운 학교에서 크게 튀지 않고 평범하게 지내고 싶은 듯한 신입생의 요구를 접수한다.
다행이다. 새로운 고민거리가 쿨하게 해결되었지만, 자주 시켜 먹던 떡집에 찹쌀떡을 주문해 놓았다.
답답하고 불안전한 생활에 대한 언짢은 마음을 떨칠 길이 없어서 가장 만만한 언니들에게 떼라도 쓰고 싶어서 톡을 보내 보았다.
[차선생은 도시의 새 학교 생활 어떻대? 잘 적응했다나?] 하고
전교생이 30여 명이던 바닷가 작은 분교에서 대도시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위치한 대형 중학교에 발령을 받은 첫째 조카걱정이 앞섰다.
[말마라. 첫 날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대. 전화받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래.]하는 큰언니의 대답에 중딩이 입학식날 오후가 떠올랐다.
갓 30대 초반이 되었을까 싶은 앳된 목소리의 우리 담임도 27명의 반 아이들 학부형에게 비상연락망을 알리는 전화를 돌리느라 정신이 없었을텐데, 마침 내 수업으로 바쁜 시간에 당황스럽게 왠 담임선생님 전화인가하며 달갑지만은 않은 목소리로 받았는데, 나보다 18살 어린 조카의 비슷했을 하루 일상에는 그저 쨘하기만 하는 이중성이 또 나온다.
다음번 담임선생님의 전화는 최대한 상냥하고 친절하게 받아야지를 다짐하며 언니들과 우리동네 상황을 수다를 가장한 일러주기로 기분전환을 해본다.
구미에 살고 있는 차선생의 막내 동생은 개학날에 등교를 못 하고 다음 주까지 온라인 수업이라며, 요새 집에서 중딩이 급식만드느라 힘들다는 큰언니의 투정에 그나마 등교는 하는 우리 동네가 좀 나은가싶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가만히 지난 2년간을 떠올려 보았다. 그래도 살아는진다. 새로운 생활 모습에 적응하는 아이들의 낯설은 모습이 불쑥 불쑥 불쌍하긴 하지만 살아는진다.
코로나로 입학식을 못 한 초등학생도 3학년이 되었고 지각은 괜찮지만 일찍 등교하면 더 혼이 난다는 중학교 신입생도 쉬는 시간에 화장실 몰림현상 방지를 위해 수업시간에 화장실을 가야한다는 생소한 학교 규칙에 적응했다.
명문대냐 안정적인 취직이냐 도대체 무엇이 중하고 어디에 집중해야할지도 모르겠는 혼란스러움에도 내 첫딸은 고3이 되었다.
오히려 아이들은 모두 나의 혼란스러움과는 다르게, 원래 이런 일상으로 당연히 받아들이며 자기 자리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모두들 처음 살아보는 19세, 14세, 10세이니까.
나만 처음 살아보는 45세에 적응을 못한 느낌이다.
개학을 했다.
또 세상은 돌아간다.
또 살아지게된다.
세상 걱정을 하느라 시작만하고 마무리를 짓지 못 하고 있는 내 서랍속 미발행물들은 어찌할까, 갑자기 브런치도 일거리처럼 느껴지는 일상들이 서글픈 새학기의 삼남매어매입니다.
그간 소훌했는데도 이리도 서글픈 삼남매맘의 일상에 관심 한조각으로 용기를 주시며 꾸준히 늘고 있는 구독자님들 소식에 깊이 반성하며 더 분발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