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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문 《 여덟 개의 산》

여덟 개의 산을 보았다

by KOY김옥연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 가득한 절경에 눈이 황홀하고 가슴이 벅차서 멀미 날 지경이었다.


알프스 하면 스위스만을 떠올렸는데, 이탈리아 알프스

가 영화 배경이다. 하긴 우리나라 지리산도 그렇지


호연지기라는 단어가 새삼스럽지 않을 자연

자연 앞에 겸손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러운

광활하고도 아름다운 자태 그 위용에 압도되는 스크린

이것을 소극장에서 본다는 게 무척이나 아쉬웠다.

상하 좌우 화면을 강탈당한 기분이랄까


이 영화에는 두 남자가 중심이 되어 있었다.

부르노라는 친구는 알프스의 자연시골 산에서 목동으로 성장하다가 목동으로서 산사람으로서만 오로지 인생을 살다가는 사람이고, 피에트로는 도시에 살다가 쉼을 위해 자연 시골을 찾았다가 다시 자연 곧 산을 떠나서 세상 여기저기를 돌거나 직업도 이것저것 기웃거리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부르노와 피에트로의 우정의 시작 첫 만남은 피에트로 가족이 도시에서 살지만 한달살이로 시골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깊은 산골 시골이 도시와 소통하고 싶어 길을 내었는데

도시에서 사람이 찾아오기보다 오히려 마을 사람들이 새로 난 길로 도시로 떠나버렸다는 브루노의 얘기에서 이농현상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둘은 어린 시절의 한때를 알프스의 자연 속에서 함께 보내 각자의 삶의 위치에서 오랜 시절 떨어져 살게 된다. 그냥 잊힐 수도 있는 어린 시절의 한때지만 영화는 성인이 되어 우연히 재회하게 되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남자들의 우정을 잘 보여준다.

가정환경 삶의 배경이 달라도 그들의 우정은 어색하지 않은 것은 알프스의 맑은 자연 때문이지 싶다.


부모 그늘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의 의미와 힘을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더 실감하게 되었다.

영화 속 두 사나이 삶에서도 부모의 그늘이 짙은 피에트로와 부모의 그늘이 옅은 브루노가 등장한다.

피에트로는 자신이 부모의 그늘이 깊었음을 부모님의 사랑이 깊었음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야 깨닫게 된다. 그것도 부르노라는 친구를 통해서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아들의 친구까지 사랑하는 부성애 아들의 친구와 친구 아버지와의 세대를 초월한 교감도 영화를 보는 내내 따뜻했다.


영화의 제목으로 등장하는 《여덟 개의 산》은 글자 그대로 산을 등산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꿈, 직업, 사고방식, 삶의 양식 등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겠다.

한 가지 산에 몰두해서 그 하나에 대가가 되는 이와

여러 가지 다 방면에 경험을 쌓고 접근을 하며 사는 사람의 삶을 생각하게 해 준다

어느 삶이 옳고 어느 삶이 틀리다 할 수 있을까마는

과거의 우리 삶에서는 <한 가지 재주만 있어도 먹고사는데 , 여러 가지 재주가 많으면 굶어 죽을 수 있다>고 하였다.

1인 1기를 선호했었다. 전통과 역사, 얼, 명장이라는 말이 대접받던 사회였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영원한 직업, 평생 직업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그나마 몇몇은 인간문화재 가업이라는 말과 함께 남아 있고 대부분의 1인 1기가 사라지는 사회가 되고 있다.

이것저것 시도하는 사람이 욕먹던 세상이었지만

이것저것을 시도하는 사람이 존재가능하고 또 그런 사람도 돈 먹는 세상이 되었다.

먼저 시도했다가 적당히 잘 된다 싶으면 권리금 받고 팔고 또 다른 시도를 하는 사람과 권리금 주고 번드레하게 시작하다 말아먹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사는 것이니 누가 옳다 그러다 할 수가 없을 것이지만, 다만 돈이 많고 적고로 성공여부를 결정지을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전수자 이수자가 없어서 사라지는 기술 직업도 문제지만 세상의 변화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다 죽은 아니 자연으로 돌아간 브루노의 삶도 안타깝다. 하나의 산도 제대로 오르지 못하고 여덟 개의 산을 헤매는 듯한 나를 다시 반성한다.


알프스의 자연 그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극장으로 달려가 볼 만한 영화다. 사나이들의 삶의 방식과 우정 내용마저 알차게 생각거리를 전해주니 한 편의 영화가 주는 행복감 영화감상이라는 나의 취미 참으로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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