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포원에서 꽃창포
《 창포원 그늘아래서 》
은은한 창포향이 바람을 입어
코 끝을 간지럽히는 봄날의 오후
창포원 그늘에 앉았다
흐르는 물살에도 질퍽한 늪에서도
의연한 수염뿌리와
길게 곧게 뻗은 초록 푸른 잎 줄기
핫도그처럼 생긴 하얀 게 창포꽃이고
노랗고 보라보라 한 자줏빛 꽃은 붓꽃이라
꽃창포 창포 일일이 구분하자니
괄호 열고 괄호 닫고 점찍고 선 긋고 사느냐
백의민족 단일 민족 박물관 역사 같은 얘기
지구촌 다문화 세월이라 활짝 웃는 꽃창포
창포 줄기 삶은 물에 머리 감던 아낙네들의
농 짙은 이야기 소리가
창포줄기 곱게 꼬아 머리띠 허리띠 하던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전래 동화 밖 골목에서
박물관 밖 마을 광장에서 듣고 싶은
옛것의 향수와 새것의 설렘이 조화로운
창포원 그늘아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