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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감밭에서

영웅시대 청도시골집 방문

by KOY김옥연

어제까지 내린 비는 자연에 덧 씌워진 먼지를 씻어주려 한 하늘의 배려였나보다!

질척질척한 땅과 습기 가득 머금은 숲으로 오늘의 약속 외출이 무산될까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티없이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만나다니

내 인생의 작은 행복이 또 하나 비축되는 하루다,

작년에 이어 올해 또 다시 찾게된 지인의 시골집.

임영웅을 닮은 영웅시대 팬들 답게 마음씨도 넉넉하고 그림 솜씨도 멋진 그녀의 집.

나에게 이런 지인이 있음도 너무도 감사한 나의 인연(동생지인)이다.

예전 남산동 집에 있던 감나무도 떫감이었는데, 오늘 따는 감도 단감은 아니다.

어린시절 가을철 특히 간밤에 바람이 많이 불었던 이른 아침에 감나무 밭으로 달려가서 바닥에 떨어진 홍시를 주워 먹었던 기억이 나서

바닥에 떨어진 감 홍시를 주워 먹으려고 하니

기겁을 하며 말리는 언니들.

어릴적 그때 먹었던 단맛을 다시 한 번 더 느끼고 싶은데, 청도 반시 오늘도 예전의 어릴적 단맛은

못 미친다. 젖소똥 거름 먹은 감이 아니라서 그런가? 미각이 둔해져 버린걸까?

몸은 청도있으면서 마음은 또다시 노포동 골목과 남산동 뒷산을 기웃거린다.

청도의 사과 (품종부사)는 11월이나 돼야 수확을 한다고. 아직은 붉은 기보다 푸른 빛이 많이 감돈다.

장대의 방향에 따라 감을 바닥에 떨어뜨리게 되기도 하고 콕 집어서 바닥까지 안전하게 따 내리게 되기도 한다. 기술 습득 완료다.

《 감나무 밭에서》


조율이시든 조율시이든

조상님 섬기는 제삿상에 빠지지 않는 감


봄철의 하얀 감꽃

바람에 떨어지면

하나하나 주워 실 꽤어서

목걸이 팔찌 만들었다

배 고프면 한개 두개 따 먹었는데


떫은 감이라

홍시가 아니면

소금에 삭혀 먹고

곶감으로 말려 먹어야 하는 감


배고픔에

한 입 베어물었다

뱉지도 삼키지도 못해 서러웠던

그래도 늘 그리운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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