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평화가 아니라 방관이다.

가짜 평화의 무게는 무겁다.

by 안다니

나는 대답을 잘하는 편이다. 누가 물어보면 꼼꼼하게 확인하고 대답을 한다. 하고 있는 일에 적극적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런 성격의 나도 침묵을 유지할 때가 있었다. 바로 선생님, 교수님이 질문을 했을 때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나를 콕 집어서 질문을 한 게 아니었고, 다수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즉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대답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슬프게도 이 생각은 나 포함 모두가 하고 있던 생각이다. 대상을 정하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면, 높은 확률로 강의실은 조용해진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던 학생들도 일제히 고개를 들어 교수님을 쳐다본다. 교수님의 질문을 제대로 들은 학생은 많지 않았다.


최근 관리자 업무도 같이 시작하면서, 이런 상황이 회사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걸 깨달았다. 개발만 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직원들의 업무 태도와 성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업무 회의를 진행하면 내가 주로 질문을 한다. 질문을 하면 대답을 잘 못하는 직원, 질문에 대한 업무가 파악이 제대로 안 돼서 엉뚱한 대답을 하는 직원,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가만히 있는 직원, 등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공통적인 건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내 업무’만 알고 다른 사람의 업무는 관심도 없을뿐더러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회의가 무슨 소용이랴. 결국 나는 교수님처럼 매번 직원들에게 질문을 하고 진도를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어디까지 했어요?” , “일정 맞출 수 있어요?”, “이거 대응한다고 저한테 보고 했는데, 제가 확인할 때까지 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죠? 뭐하고 있었나요” 등등.. 책임져야 할 위치가 되자, 전에는 이해할 수 있었던 침묵이 이제는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왜 침묵 하는 거지?’ 이유는 간단했다. 일을 늘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같은 동료로서 그 마음만은 이해한다. 하지만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


이제 와서 깨달은 것은, 그 고요함은 평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평화는 아무런 갈등이나 문제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회의실에서의 침묵은 문제가 뻔히 보여도, 혹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면서 입을 닫는 외면이자 방관이었다.


당장의 귀찮음이나 질책을 피하기 위해 입을 다무는 순간, 강의실과 사무실은 조용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문제는 곪아가고, 결국 누군가는 그 짐을 떠안아야 한다. 그러니 이건 평화가 아니라, 함께 탄 배가 가라앉든 말든 상관없다는 무책임한 방관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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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위태로운 침묵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침묵은 평화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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