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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호 Aug 17. 2024

말은 필요 없었다

 느낌

 

        




          말은 필요 없었다    /  김순호




      마음  내키면 언제든  갈 수 있는  잡목 우거진   숲은 가까이 있어 

특별한 줄을  모른다. 그러다 뙤약볕에 절은 몸을 들이  밀면  상큼하고   

습한 공기의  향에  탄성을  지르며  그때서야 고마움을 체감한다.


    들어서면  마중하 듯 한꺼번에   옹알대는  새들의   소리는 나를 반겨

서가 아니라  동료들에게  전하는 경계의  신호로  보는 게  옳을 것인데, 

난 오히려 그 재재대는 소리를 듣고 싶어 찾아가고 있으니 ,  대장 새라도  

만나   "전략을  바꿔보시라"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어쨌거

나  새들의  입장에선 짜증 나는 일이겠다. 이들뿐  아니라  숲은  온갖것

들의  집이지만 정작  그 집의 주인들은  찾아가는  이가  누구든  차별없

이 다 받아주지 않던가?


    언젠가는 한 초로의  남자가  미처 사람들의  눈길도 피할 새 없이 흙

바닥에 주저앉아 주체 못 할  통곡으로  몸을 떠는 걸   보았다.   사연은 

알 수 없으나  기척마저 낼 수 없었던 그때의  무력감이  지나칠  때마다 

선연히 아나 되돌어보게  한다.  터지는  울음을  풀어놓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었으리라.


      오늘  만난  생명들을  짚어보면,  자유로이 횡단하는 크고 작은 새들

과,  더듬이를  까딱이며  바삐  기어가는  개미떼의  행렬과, 고물고물  무

리 지어 앉아있는  꽃과,  혼자 고요히  떨어지는  마지막  꽃잎과 , 숲을

휘저어주는 바람과, 볕과 그늘을 넘나드는 들고양이 등이다. 이들과  한나

절을 보내면서 난 한마디의 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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