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김순호 글
실행
신고
라이킷
3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순호
Aug 11. 2024
회상
느낌
회상 / 김순호
밤새 뜬 눈으로 뒤척이다 비장한 마음으로 옷을 챙겨 입는다 그리고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을 떠올리며 서울역으로 향했다. 아직 깊은 어둠에 잠겨있는 골목길, 똑똑똑 보도블록
을 때리는 하이힐
소리가
미쳐
골목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또각또각 메아리 되어 돌
아온
다
멀리 가로등 밑엔 고여 있는 물이 얼어버린 듯 하얗게 반짝인다. 나는 새삼 추위를 느끼
며
코트 깃을
여민다.
새벽 5시
나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새마을호
를 탔다. 1시간 10여분 후면 대전에
도착하게
된다. 내가 만나야 할 사람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군인이다. 오늘은 훈
련차 대전에서 새마을호를 타고 대구로 이송한다고 어제 그는 전화 속에서 흘리듯 말했었
다.
그 말을 기억하고 있는 나는 약속도 없이 무작정
그가 타고 갈 새마을호를
타기
위해
대
전으
로
가고 있는 것이다.
서서히 차창 밖으로 어둠이 걷힐 때쯤 나는 낯선 대전역에 내렸다. 그를 만나면
바로
내
릴 생각으로 입장표만을 끊고는 딱딱한 나무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수많은
사람들이
오
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다 안내 방송이 울리자 들어오는
기차의 정차
지
점
을 가
늠해 맨 앞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그 가 어느 칸에 타고 있을지 모르니 첫째 칸에서부터
훑어가야 놓치는 일이 없겠다 싶어서였다. 흰색으로 써
놓은 2 자가 선명한
2등
칸이 맨 앞
이었다. 계획대로 나는 첫째 칸에 올라탔는데
몇 걸음도 떼지 않아 열차는
1분
여 정차 후
출발했고 나는 그대로 열차에 갇혀 다음
칸으로 다음 칸으로 이동했다.
아마
승객들은 내
가 자리를 찾는 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작정을 하고 나서긴 했지만
몇
개
의 칸을 지나쳐
도 군인들 모습은 보
이질 않았다. 어차피 새마을호의 다음 정차 역
은 대구
역이고 그의 목적
지도 대구라니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나는 떨리는 심장의 소리를 들으며 한 칸 한 칸 앞으
로
전진했다.
일반인들이 타고 있는 몇 개의 객차를 지나도 군인들이 보이지 않자 불현듯 훈련이
취소
됐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스멀거릴 때쯤 드디어 그들이 일컫는 대로 사람은
보이지 않고 군인들만 가득한 객차로 들어섰다. 온통 국방색 물결 속에
검붉은 빛
의 얼굴
들
이 점점이 박혀있었다. 여길 어떻게 걸어가나 순간 아찔해 멈칫하
는데,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용기를 내자는 마음의 응원을 들으며 그때부터는 행여 그냥 지나칠세라 천천히 좌우를 번갈
아 보며 앞으
로 나아갔다. 무슨 영문 인지도 모른 채 객차 안의
군인들은 호기심 가득
한 얼굴
을 일제히
나
를 향해 돌려줬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
어린 여자가 겁도 없이 군
인들만 있는
열차에 혼자
들어왔으니 세상에 이런 구경거
리가 어디 흔한 일인가? 그러나
창피를 무릅쓴
용기도 헛되게
그는 그곳에 없었고 그다음에도
없었다.
열차의 꼬리쯤인 다음 칸으로 내딛는 발길이 절망으로 후들거렸다. 눈물이 어
려 모든
사
물이 퍼져 보였다. 이제 무리 속에서 그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현실인 것
만 같았다. 그냥
끝까
지
쉬지 않고 걸어갈 일 만 남은 듯했다. 거기에 더 이상의 객
차는 없는 듯 연결 문 너
머로
빠
르게 달아나는 풍경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가 없다’ 나는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아 눈을
감
았다. 바로
그때, 비명처럼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연거푸 들렸
다. 잠시 굳어있다 고개를 돌
리자 멀리
알아볼 수 없는 희미한 물체가 서 있었다.
이어 천둥 같은 박수와 끊이지 않는 휘
파
람
소리를
몰고 쿵쿵 부딪히며 튕겨 나오
는
한 군인이 보였다.
드디어 마주 선 그와 나의 시간이 멈췄다,
축복의 우우~ 함성을 들으며
나는 그의 선명한 이름표 위에 얼굴을 묻었다
.
짧은 만남 후 대구역, 그는 커다란 배낭을 어깨에 둘러메고 한 덩어리로 꿈틀대는
국방색
물
감 속으로 용해돼 사라졌다. 잠시 외출 허가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마지막 말에
나는 다시 기
다
림
의 포로가 되어 하루 종일 대구역전 다방에서 “손님 중에 어쩌고 ” 하며
걸려오는 전화에 신
경
을
곤
두세웠고, (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 쉴 새 없이 열리는
문을 바라보며 온몸이 굳
어
갔다.
혼잡한
서울 지하철, 나는 비어있는 자리를 찾아 다음 칸으로 다음 칸으로 발길을
옮기다가
마지막 칸에 멈춰, 문득 무모한 열정의 한 여자와 마주친다
.
keyword
소리
회상
새마을호
김순호
소속
직업
출간작가
인생은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이지만, 은둔의 '글'쓰기 의식으로 나를 만나고 있습니다.
구독자
6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그녀 her
말은 필요 없었다
매거진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