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끄러운 고독

느낌

by 김순호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Bohumil Hrabal -1914~1997) 장편소설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나는 이 책을 네 번 읽었고, 짧은 소설인데 길게 붙들렸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마다

은 연민에 시달려야 했다.


소설 속 한탸는 35년 동안 지하에서 작은 압축기에 종이를 넣어 짓누르는 일을 하며 폐지

버려지는 책에서 지식을 흡입하는 고독한 노동자다.


어느 날 자신의 압축기 스무 대 분량의 일을 해치우는 새로운 기계의 등장 소식에 자신의

지하 천국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고 폐지와 함께 종말을 맞기로 한다.


*책 속의 몇 문장을 옮겨 다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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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 보후밀 흐라발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 스토리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책을 통해, 책에서 배워 안다. 사고하는 인간 역시 인간적이

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것도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고라는 행위 자체가 상식과 충돌하기 때

문이다.


머릿속에는 칼 샌드버그의 시구만 맴돌았다.


사람에게서 남는 건 성냥 한 갑을 만들 만큼의 인燐과, 사형수 한 명을 목매달 못정도 되는 철이 전부라는,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를 압축하고 있다. 어느 오후 도살장에서 피 묻은 종이와 상자가 트럭 가득

실려 왔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들쩍지근한 냄새가 났다. 졸지에 내 몸은 푸주한의 앞치마처럼 피로

뒤덮였다.

"나의 생각을 언제나 더 크고 새로운 감탄으로 차오르게 하는 두 가지가 있다~~~

내 머리 위의 별이 총총한 하늘과 , 내 마음속에 살아 있는 도덕률이다..... "


"여름밤의 떨리는 미광이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하고 달의 형태가 정점에 이르는 순간, 나는 세상에

대한 경멸과 우정, 영원으로 형성된 고도의 감각 속으로 서서히 빠져든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 오랫동

안 내가 잊고 있었고 ,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그것이.


삼십오 년 동안 나는 내 압축기에 종이를 넣어 짓눌렀고 삼십오 년 동안 이것이 폐지를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어왔다. 그런데 이제 부브니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수압압축기 한 대가 내 압축기 스무 대

분량의 일을 해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끝내 리부시의 닭 가공 공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컨베이어를 타고 일정한 속도로 내려오

는 살아있는 닭들의 내장을 숙련된 동작으로 뜯어내던 여공들도 저 아이들과 똑같았다

그 젊은 여자들도 웃고 농담을 하며 작업을 했다. 반쯤 죽거나 살아 있는 닭들로 가득한 무수한 닭장이

슬로프를 타고 내려왔다. 달아난 몇 마리가 트럭 위에 내려앉아 있는 동안 다른 몇 마리는 닥치는 대로 모

이를 쪼아댔다.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선 여공들의 손에서 형제들의 목이 꼬챙이에 꿰이는 순간에도 달아

생각을 못한 채......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고 이런 일들은 내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나는 새로운 삶에 절대로

적응할 수 없을 것이었다. 코페르니쿠수가 지구가 더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는 걸 밝혀내자 대거 자살을

감행한 그 모든 수도사들처럼,


태어나는 건 나오는 것이고 죽는 건 들어가는 것이라고 노자가 말한 이유는 뭘까?


맬란트리흐 인쇄소 지하실에서 백지를 꾸리느니 여기 내 지하실에서 종말을 맞기로 했다. 난 세네카요

소크라테스다. 내 승천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압축통 벽에 눌려 내 다리와 턱이 들러붙고 그보다 더 끔찍

한 일이 이어진다 해도 결단코 두 손 놓고 천국에서 추방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무엇도 나를 내 지하실

에서 몰아낼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자리를 바꾸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책의 단면이 내 늑골을 뚫고 들어온다.

입에서 비명이 새어 나온다.

궁극의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가혹한 고문을 겪는 것일까?

압축기의 중압에 내 몸이 아이들의 주머니 칼처럼 둘로 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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