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어보는 시
나는 본다
수직의 폭포 바위 벼랑 아래
붉은 피 끌어올려 게양된 진달래꽃 깃발을
핏기 잃어 창백한 은빛가지 사이에 펄럭이는 햇살을
나는 듣는다
능선을 더듬는 바람의 휘파람 소리
미미하게 부서져 올라오는 문명의 쇳소리를
지금까지
내가 사랑한 모든 예술은 작위적인 것이었나
두고 온 산등성이
내 발길에 차여 뒤집힌 돌멩이들
이 밤
눈발처럼 쏟아지는 별무리 보고 있겠다
시집『아포가토』
인생은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이지만, 은둔의 '글'쓰기 의식으로 나를 만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