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시
강미자 감독 영화 '봄밤'을 보고 광화문 광장에 나와 울음을 가라앉히고 있다
화면 속 불운한 그들과 달리 꽃잎인 듯 다가오는 청춘들 낙엽인 듯 멀어지는
노인들 사이사이 불빛을 두르고 흩어지는 얼굴얼굴들
영경(주인공)은 한(恨)에 취해 목련꽃처럼 하얀 목을 빼고 *애타도록 마음에 서
둘지 마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赫赫)한 업적을 바라지 마라 절규
하듯 김수영 시 '봄밤'을 읊조렸다
얼었던 땅이 풀리고 웅크린 것들이 솟아올라 들썩이는 봄은 찰나의 불꽃처럼
황홀해 오히려 허무로 떨게 하듯 나는 나를 질책하는 서러움에 북 바친다
폭양의 잔열이 후끈한 밤 광장 여기저기 벤치는 비어가는데 나는 굳은 듯 앉
아 가슴가슴 봉인된 이야기를 싣고 달아나는 100번째 차를 세며 유명한 소설
'봄밤'과 유명한 ' 시 '봄밤'에 붙여 무명한 나의 '봄밤'을 되뇐다
봄밤 / 김순호
어둠을 삼킨 터널 앞
인적 끊긴 24시 김밥 천국에 앉아
미친 듯 손잡이를 흔들고 달려가는
텅 빈 버스를 바라보며
쓰린 위장을 열어
뜨거운 멸치국수를 담는다
꽃들이
불티인 양
낱낱의 이파리로 떠돌다
얇은 숨을 내려놓는 봄밤에
시집『아포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