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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김순호 시

절반은 맞을 것 같은

신작 시

by 김순호




절반은 맞을 것 같은 / 김순호





내 손으로 직접 뽑아 든 카드엔 빠짐없이 시퍼렇고 날카로운 칼날의 섬뜩함을

번뜩이는 별 무늬로 강조한 단도(短刀)가 그려져 있다 순간 움찔,


저것은 날마다 내 안에서 자라는 것이 아닌가


타로카드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하며 지나치다 마침 연인들이 궁합을 보고 나오는지

열리는 문으로 빨려 들어와선 혼을 뺏기는 느낌이다


선택한 카드가 어지러운 상황을 대변한다는 그녀의 말에

다시 만날 없는 사람에게 휘둘릴 순 없는 일

나는 무슨 뜻 인지 모르겠다는 듯 품고 있는 칼끝을 지그시 누른다


침묵이 긍정으로 느껴져 자신이 생겼는지 그녀가 끊이지 않는 설명을 풀어놓는다

난 들썩이는 빨간 입술을 바라보며 "당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나를 알아낼 수 없어"

속으론 비아냥거리면서도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는 추임새로 배려의 제스처를 취한다


어디에나 꿰어 맞출 수 있는 카드의 그림들은 우리네 삶의 굽이굽이가 다 그렇듯

구에게나 절반은 맞을 것 같다


밖으로 나와 몇 걸음 걸었을까

언뜻 뒤돌아 본 어둠 속 그녀의 붉은 방이 흡사 은밀한 유곽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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