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시
내 손으로 직접 뽑아 든 카드엔 빠짐없이 시퍼렇고 날카로운 칼날의 섬뜩함을
번뜩이는 별 무늬로 강조한 단도(短刀)가 그려져 있다 순간 움찔,
저것은 날마다 내 안에서 자라는 것이 아닌가
타로카드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하며 지나치다 마침 연인들이 궁합을 보고 나오는지
열리는 문으로 빨려 들어와선 혼을 뺏기는 느낌이다
선택한 카드가 어지러운 내 상황을 대변한다는 그녀의 말에
다시 만날 일 없는 사람에게 휘둘릴 순 없는 일
나는 무슨 뜻 인지 모르겠다는 듯 품고 있는 칼끝을 지그시 누른다
침묵이 긍정으로 느껴져 자신이 생겼는지 그녀가 끊이지 않는 설명을 풀어놓는다
난 들썩이는 새빨간 입술을 바라보며 "당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나를 알아낼 수 없어"
속으론 비아냥거리면서도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는 추임새로 배려의 제스처를 취한다
어디에나 꿰어 맞출 수 있는 카드의 그림들은 우리네 삶의 굽이굽이가 다 그렇듯
누구에게나 절반은 맞을 것 같다
밖으로 나와 몇 걸음 걸었을까
언뜻 뒤돌아 본 어둠 속 그녀의 붉은 방이 흡사 은밀한 유곽을 연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