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시
시집 『첨부파일』 에 있는 <유통기한> 을
한 시인이 4월에 낭송해 보내주셨다. 자신의 졸작을
타인을 통해 듣는 건, 어색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내가 쓴 글임에도 울컥인 것은 단순히 감동해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딱히 설명되지 않는 그 무엇이 뻐근하게 밀려왔다.
낭송해 주신 김명숙 시인께 감사드리며,
<유통기한> '시' 전문을 다시 들어본다.
(맨 아래 낭송파일을 클릭하시면 들으실 수 있습니다)
유통기한 / 김순호
사람의 목숨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그 유통기한의 마지막이 봄이라면
양지바른 산천 떠돌아다니며
그날 피는 꽃은 그날 보리라
그러다
꽃잎 분분이 흩날릴 때
꽃바람 따라 사라지리라
그 유통기한의 마지막이 여름이라면
불을 쫓는 불나방 되어
눈물 많은 내 몸뚱이를
불구덩이에 던지리라
영혼까지 깡그리 태운 잿더미 위엔
줄기차게 퍼붓는 여름비를 맞으리라
그 유통기한의 마지막이 가을이라면
높고 파란 하늘에게
낮달을 끌고 가는 구름에게
치열하게 물든 단풍들에게
그림자 없이 달려오는 바람에게
고마웠다 사랑한다 고백하리라
그 유통기한의 마지막이 겨울이라면
하늘과 땅 맞붙은 듯
휘날리는 눈발 쉬지 않는 날
풍성한 눈사람 되어
사락사락 눈길을 따라가리라
https://tv.kakao.com/v/445709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