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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시
대전 부르스
신작 시
by
김순호
Aug 5. 2024
대전 부르스 / 김순호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모르겠다 한 밤
중 산책길에 이 노래가 왜 맴돌았는지
그것은 먼 곳에서 바위가 무너지며 울려오는 발파음 같았
다 밀려온 진동은 가슴골 벽을 두드리고 나는 희미한 가사
를 한 음절 한 음절 떠올려 재미 삼아 녹음해 들어본다
방언 같은 웅얼거림은
갑자기 열어젖힌 냉동고에서 기
어 나오는 냉기처럼 허옇게 꿈틀거리며 피어오른다 죽은 영
혼의 독백인 듯 툭툭 터져 나온다 묻어버린 푸른 그림자를
찢는 지친 떠돌이의 탄식처럼 신음한다
젊은 날 대전 친구 집에 일주일 신세를 진적이 있었다 돈
이 없는 난 목척교를 끼고 흐르는 천변에 홀로 선 '신도극장'
으로 밤마다 빨려 들어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거꾸로 물에
빠져 몸부림치는 네온사인을 바라보고 앉아 기적처럼 울리는
대전 부르스를 듣고 또 들었다
앞이 보이지 않던 날들이었다 그때 박힌 쇠 못들이 붉게 삭고
삭아 떨어져 나왔으리라 그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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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골
산책길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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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이지만, 은둔의 '글'쓰기 의식으로 나를 만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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