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시
나는
하모나카 구멍 빌딩 속으로
연기처럼 구겨져 닥치는 대로 들어갔지
그곳은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잘 꾸며진 백화점 영화관 서점 식당 카페 등 없는 게 없더군
나는 초미세 현미경을 들이밀어 사람들의 실체를 보고
있었지
모두들 훼손된 영혼을 숨기려는 듯
화려한 가면을 쓰고 과장되게 웃고 떠들어대더군
곳곳마다 사람들이 털어버린
외로움의 파편들이 공기 속을 깔깔대며 떠다녔지
한 사람이 몇 개씩의 가면을 바꿔가며 사용하더군
나도 나를 기막히게 변신시켜줄 폼나는 가면을 찾아
기웃거렸지
그러나 내 외로움은 너무 두꺼워 가릴 수가 없다는 걸
알았어
집에 돌아와 발가벗은 몸뚱이를 향해 뜨거운 물을 뿌려댔지
나를 이루고 있는 살갗이 비누처럼 녹아내려 해체되길
바라면서
시집 『 아포가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