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김순호 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순호 Jul 25. 2024

페르소나

다시 읽는 시




  페르소나    /   김순호




나는

하모나카 구멍 빌딩 속으로

연기처럼 구겨져 닥치는 대로 들어갔지


그곳은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잘 꾸며진 백화점 영화관 서점 식당 카페 등 없는 게 없더군

나는 초미세 현미경을 들이밀어 사람들의 실체를 보고

있었지

모두들 훼손된 영혼을 숨기려는 듯

화려한 가면을 쓰고 과장되게 웃고 떠들어대더군

곳곳마다 사람들이 털어버린

외로움의 파편들이 공기 속을 깔깔대며 떠다녔지

한 사람이 몇 개씩의 가면을 바꿔가며 사용하더군

나도 나를 기막히게 변신시켜줄 폼나는 가면을 찾아 

기웃거렸지

그러나 내 외로움은 너무 두꺼워 가릴 수가 없다는 걸

알았어



집에  돌아와 발가벗은 몸뚱이를 향해 뜨거운 물을 뿌려댔지

나를 이루고 있는 살갗이 비누처럼 녹아내려 해체되길

바라면서



시집 『 아포가토 』

 




매거진의 이전글 그 여자 또 가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